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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기억. 인지/지능

지능 (책 "마음의 미래" 정리)

by 냐냐리냐 2017. 4. 27.

지능 : 자폐증, 아스퍼거 증후군, 서번트 신드롬

(아인슈타인의 뇌)

20세기의 천재로 유명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사후에도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보통사람의 뇌와 어떤 점이 다르기에 괄목할만한 업적을 남겼는지 관심 대상이 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의 뇌가 보통 사람보다 훨씬 크고, 특히 특정 부위는 비정상적으로 클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로서, 전체적으로 아인슈타인의 뇌는 평균크기에 가깝다. 아인슈타인의 뇌에서 발견되는 유일한 특징은 각회(angular gyurus: 두정엽의 한 부위로, 측두엽의 경계면에 위치한다)가 평균보다 조금 크다는 것이다. 양쪽 반구의 하두정엽(inferior parietal lobe)이 평균보다 15%정도 크다. 이곳은 글을 쓰거나 수학계산을 할 때, 또는 공간을 머릿속에 그릴 때 추상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부위인데, 15%면 오차범위 안에서 평균에 해당하는 크기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뇌의 구조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후천적인 노력과 시기적 요인 때문인지 아직도 분명치 않다.

우리 모두는 유전자와 두뇌로 결정되는 선천적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그러나 생각과 경험을 정리하고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은 우리 의지로 완전히 제어할 수 있다. 그래서 진화론의 원조인 찰스다윈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의 지성은 개인차가 별로 없다. 단지 열정과 성실함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천재성은 학습될 수 있는가?)

지성의 근원을 밝히려면 이 질문의 답부터 알아야한다. 평범한 사람이 교육을 통해 천재가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사는동안 뇌세포는 거의 자라지 않는다. , 인간의 뇌는 무언가를 배울 때마다 변한다. 인간의 뇌는 성인이 된 후에도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할때마다 수시로 변한다. 두뇌 피질에 세포가 추가되진 않지만 학습을 통해 뉴런들 사이의 연결 상태가 달라진다.

2011년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과학자들은 런던 택시기사들의 뇌를 분석한 적이 있다. 런던의 택시운전 자격시험은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들은 택시기사 지원자들의 뇌를 분석한 후 4년 뒤 같은 분석을 했는데,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은 후위해마(posterior hippocampus)와 전방해마(anterior hippocampus)라 불리는 회색 부위가 눈에 띄게 커져 있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도널드 헵 박사는 훈련을 많이 할수록 그 부분에 해당하는 뉴런들이 더욱 강력하게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람의 뇌는 무언가를 배울 때마다 뉴런의 연결이 강화되면서 스스로 진화한다.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손은 베를린 음악아카데미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을 조사한 결과, 최고수준의 연주자들은 바이올린을 처음 배운 후로 20살이 될 때까지 1만 시간이 넘도록 고된 연습을 해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반면 조금 뛰어난 정도의 학생들은 20살까지 총 8,000시간 동안 연습했고, 음악교사가 된 학생들의 연습시간은 4,000시간 정도였다. 신경과학자 대니얼 레비틴은 최고가 되기 위해 필요한 연습시간이 분야를 막론하고 거의 1만시간으로 귀결된다고 결론내렸다. ‘1만시간의 법칙은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성공적인 삶과 만족지연)

1972년 스탠퍼드 대학교의 윌터 미셸 박사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족지연능력(ability to delay gratification’을 테스트했다. 이것은 그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으로, 어린아이에게 마시멜로를 건네며 지금 먹고 싶으면 먹어도 좋다. 그러나 지금 참았다가 20분 후에 먹는다면 마시멜로 두 개를 주겠다고 제안하는 식이다. 이 실험은 4~6세 어린이 600명을 대상으로 실행했는데, 그로부터 16년이 지난 1988, 미셸 박사는 실험에 참여했던 아이들의 현황을 분석한 후 나중에 먹겠다고 한 아이들, 즉 만족감을 뒤로 미룬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유능한 성인으로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1990년에 시행된 또 다른 실험에서 만족지연능력과 SAT성적 사이의 연관관계가 밝혀졌으며, 2011년에는 그와 같은 성향은 평생 유지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 마시멜로를 당장 먹지 않은 아이들은 나중에 성인이 된 후에도 마약중독자가 거의 없고 시험성적이 좋았으며, 최종학력이 높게 나타났다. 다시 말해서, 만족지연능력이 뛰어날수록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 중 가장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의 뇌를 스캔하여 얻은 사진에 뚜렷한 패턴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전전두피질과 배측선조체(ventral striatum: 각종 중독에 관여하는 부분)사이의 연결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눈에 띄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배측선조체에는 쾌락의 중추로 알려진 측위신경핵(nucleus accumbens)’이 자리잡고 있다. 사람이 어떤 유혹에 빠질 때마다 뇌에서 쾌락을 추구하는 부분과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부분이 서로 충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연구팀은 전두-선조체 회로(frontal-striatal circuitry)가 만족지연능력을 좌우한다고 주장했다. 심리학자들에게 삶의 성공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 있는 특성을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 만족감을 뒤로 미루는 능력을 꼽을 것이다.

두뇌스캔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전전두엽과 두정엽 사이의 연결상태는 수학이나 추상적 사고능력을 좌우하고, 전전두엽과 번연계사이의 연결상태는 삶의 성공 여부를 좌우한다고 추정된다.

위스콘신대학교 매디슨캠퍼스의 리처드 데이비드슨 박사는 그간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타인과 협동하고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 그리고 쾌락을 뒤로 미루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능력이 뛰어나야 한다. 이런 것들이 IQ나 학교성적보다 훨씬 중요하다.”

 

(새로운 지능측정법)

1970년대부터 지능과 관련된 새로운 연구결과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새로운 지능측정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완전한 정신>의 저자 마이클 스위니는 이렇게 말해다. “성취동기와 인내력, 사회적 수완 등은 성공적인 삶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질이다. 그러나 이런 것은 테스트를 통해 측정될 수 없다.”

표준화된 테스트의 문제점은 타고난 지능과 문화적 영향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형성된 편견을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기존의 테스트는 일부 심리학자들이 수렴성 지능이라 부르는 특별한 지능만 측정 가능하다. 수렴성 지능은 하나의 사고에 집중하는 능력이고, 그 반대개념인 발산성 지능은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여 좀 더 복잡한 사고를 펼치는 능력이다.

수렴적 사고와 발산적 사고의 차이점은 좌-우뇌의 연결이 끊어진 환자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독일 풀다대학교의 올리히 크라프트는 이렇게 말했다. “좌뇌는 수렴적 사고를 담당하고 우뇌는 발산적 사고를 담당한다. 그래서 좌뇌는 세부사항을 점검하고 상황을 논리적으로 분석하지만, 추상적 연결고리를 찾거나 일의 우선순위를 매기는데 서툴다. 반면에 우뇌는 상상력과 직관이 뛰어나고 흩어진 정보를 모아 전체적 상황을 판단한다.”

 

(지능 높이기)

현재, 지능을 갑자기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전자기센서와 유전공학 그리고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언젠가는 가능하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다.

과학자들은 자폐증 환자 중 자폐적 석학증세(서번트 증후군, savant syndrome)를 보이는 환자에게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자폐증 환자인데도 특정 분야에서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한다. 더 중요한 것은 평범했던 사람이 뇌의 특정 부위에 손상을 입은 후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 불가사의한 능력이 전자기장을 통해서도 발현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서번트)

1979년 당시 열 살이었던 올란도 세렐은 왼쪽 머리를 야구공으로 세게 얻어맞고 한동안 두통에 시달렸다. 그런데 얼마 후 두통이 사라지면서 계산능력이 거의 천재 수준으로 일취월장했고, 어떤 사건이던 사진처럼 기억하는 놀라운 기억력까지 갖게 되었다. 또한, 좌뇌가 크게 손상되어 오른쪽 몸이 마비가 되고 청력과 언어능력을 완전히 상실했음에도 기억력이 엄청 좋아지고 온갖 기계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환자도 보고되었다.

지금까지 보고된 바에 따르면, 전 세계 70억 인구 중 서번트 증세를 보이는 환자는 약 100명 정도다. 사고 후 정신능력이 초인적으로 향상된 경우가 100명이라는 뜻이다. 이들은 현대 과학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초인적인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과학자들이 관심을 두는 서번트에는 몇가지 종류가 있다. 서번트의 절반정도는 자폐증 환자다. 그리고 자폐증 환자의 약 10%정도는 서번트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는 후천성 서번트 증후군(acquired savant syndrome)’으로 분류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머리에 외상을 입은 후 끔찍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 외에는 완전히 정상이다. 또한 이들은 한결같이 좌뇌를 다쳤다는 공통점이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서번트가 그와 같은 능력을 후천적으로 획득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자폐성 서번트들은 보통 3~4세 때부터 탁월한 능력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 경우에는 자폐증 자체가 능력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초인적 능력의 원천에 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본래 그렇게 타고났으며, 일종의 특이한 변종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 이들이 총알에 맞은 후부터 달라졌다고 해도, 그 능력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머릿속에 내재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맞다면 평범한 사람은 후천적으로 절대 천재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또 다른 과학자들은 내재되어 있던 천재성이 어느날 갑자기 발현되는 것은 진화론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지능은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향상되어왔기 때문이다. 이 논리에 의하면 서번트 천재가 존재한다는 것은 나머지 보통사람들도 그와 비슷한 재능을 어딘가에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언젠가는 우리도 이 기적같은 재능을 일깨울 수 있을까? 일부 과학자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심지어 모든사람의 내면에는 천재적 재능이 숨어있으며, 전자기스캐너(TES)로 자기장을 걸어주면 이 재능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학술논문까지 발표되었다. 숨은 재능에 유전적 유인이 존재한다면 유전자치료법을 이용하여 겉으로 드러나게 할 수도 있고, 또는 줄기세포를 배양하여 전두엽을 비롯한 뇌의 중요 부위에 뉴런이 자라나게 함으로써 정신력을 키울 수도 있다.

1789년 벤저민 러시박사는 정신장애를 겪는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역사상 최초로 서번트에 관한 기록을 남겼다.

일반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서번트는 영화 <레인맨>의 실제 모델인 킴피크 일 것이다. 그는 혼자서 신발 끈도 못 매고 셔츠의 단추도 채우지 못할 만큼 정신적 장애가 심했지만 무려 1,200권의 책을 통째로 외울 정도로 기역력이 비상했다. 특정 단어가 무슨 책 몇 페이지 몇 째 줄에 나오는지까지 완전히 꿰고 있었다. 그는 두 눈으로 각기 다른 페이지를 보면서 책 양면을 한꺼번에 읽어냈다고 한다.

물론 천재성과 암기력은 완전히 다른 능력이다. 앞서 예시를 들지는 않았지만, 서번트들은 수학 뿐만 아니라 음악, 예술, 기계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자폐성 서번트는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사고과정을 말로 설명하지 못하므로, 자폐증보다 정도가 가벼운 아스퍼거 증후군(Asperger’s syndrome) 환자를 연구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아스퍼거증후군은 1994년이 되어서야 심리적 질환으로 인정되었다. 이들 중 서번트 수준의 능력이 있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머릿속에서 진행되는 정신적 과정을 말로 설명할 수 있기에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된다. 유명한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는 대니얼 태멋이다.

 

(아스퍼거증후군과 실리콘밸리)

경미한 자폐증이나 아스퍼거증후군을 앓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 의외로 많다. 특히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곳에 가면 이런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의 과학자들은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가벼운 자폐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은 정보기술과 같은 특정 분야에 알맞은 정신적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가정하에, 경미한 자폐증 진단을 받은 16명과 정상적인 사람 16명을 선발하여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두 그룹의 기억력을 비교해보았다. 테스트는 복잡한 패턴으로 적혀있는 문자와 아무런 규칙없이 나열된 난수 슬라이드를 여러 장 본 후 자신이 봤던 숫자나 문자를 기록하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 짐작한 대로 자폐증세가 있는 사람들이 훨씬 좋은 성적을 얻었다. 놀라운 것은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두 그룹의 점수차가 더 벌어졌다는 점이다.

이 연구를 주도한 닐리라비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이 실험을 통해 가벼운 자폐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일반인보다 인지능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폐증 환자는 일반인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수용할 수 있다.”

 

(서번트의 두뇌스캔 데이터)

최근 MRI를 비롯한 여러 스캔장비가 개발되면서 서번트를 더욱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레인맨의 주인공 킴 피크의 뇌는 확실히 비정상이었다. 그의 뇌를 스캔해보니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이 매우 빈약했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책의 두 페이지를 동시에 읽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양한 스캔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후천성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환자 대부분이 좌뇌에 손상을 입었다는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과학자들은 특히 좌전측두피질과 안와전두피질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모든 서번트(자폐증, 후천성, 아스퍼거 등)왼쪽 측두엽의 매우 중요한 부위가 손상된 환자로 간주하는 학자도 있다. 이 부위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기억을 주기적으로 지우는 센서 역할을 하는데, 좌뇌에 손상을 입으면 우뇌가 이 역할을 떠맡게 된다. 좌뇌는 때에따라 현실을 왜곡하거나 이야기를 꾸며내기도 하지만, 우뇌는 이런면에서 좌뇌보다 훨씬 정확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정확한 우뇌가 평소보다 많은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서번트 수준의 능력이 발현된다고 믿어왔다. 예를 들어 좌뇌는 가능한 한 예술적 재능이 발휘되지 않도록 억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좌뇌에 손상을 입으면 전권을 장악한 우뇌가 예술적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서번트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뇌과학자들은 좌뇌를 다치면 우뇌가 보상해준다고 말해왔다.

1998년에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프란시스코캠퍼스의 브루스 밀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FTD) 초기증세를 보이는 환자 5명을 관찰했는데, 이들 중 몇 명은 과거에 예술과 거의 무관하게 살아왔음에도 증세가 심해질수록 거의 서번트에 가까운 예술적 재능을 발휘했다. 단 이들이 만든 작품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지만 독창성이나 추상성, 또는 상징성이 별로 없는 모조작에 가까웠다. 한 여성환자는 관찰기간 도중에 증세가 호전되면서 서번트 같던 능력이 점차 쇠퇴했는데, 이는 왼쪽 측두엽의 손상과 서번트의 능력이 밀접하게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좌전측두피질의 기능이 저하되면 우뇌 시각계의 억제기능이 악화되면서 예술적 능력이 향상된다. 그리고 좌뇌의 특정 부위에 손상을 입으면 우뇌가 그 역할을 떠맡으면서 새로운 능력이 발현한다는 것도 다시 한번 사실로 확인되었다.

과학자들은 서번트 뿐만 아니라 과잉기억증후군을 보이는 사람들의 뇌도 MRI로 촬영했다. 질 프라이스의 뇌를 꾸준히 스캔해온 끝에, 미상핵(caudate nuclei)과 측두엽이 평균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 두 부위가 서로 협조하여 사진처럼 선명한 기억을 만들어낸다고 결론지었다.

 

(우리도 서번트가 될 수 있을까)

평범한 사람의 좌뇌를 인위적으로 둔하게 만들어서 우뇌의 활동성을 향상시키면 서번트같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경두개자기자극술(TMS)을 이용하면 뇌 특정 부위의 활동을 둔화시킬 수 있다. TMS를 좌전두측두엽과 안와전두피질에 쪼여서 서번트 같은 능력이 발현되도록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앨런 스나이더 박사는 한 피험자의 좌뇌에 TMS를 쪼였더니 갑자기 서번트같은 능력을 발휘했다고 보고했다. 피험자의 좌뇌에 저주파 자기장을 걸어서 특정부위의 기능을 저하시켰더니, 우뇌의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것이다. 피험자 11명 중 두 명이 원고를 교정하거나 중복된 단어를 찾는 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고 한다. (R. L. Young)박사가 이끄는 또 다른 연구팀은 17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수행해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

마이클 스위니 박사는 전전두엽에 TMS를 쪼이면 주변 물체를 인식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정확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스나이더와 영의 실험은 좌전두측두엽의 기능을 둔화시키면 능력이 향상된다는 것을 재차 확인해주었지만, 인과관계가 분명치 않아서 증명이라고 할 수 없다.

모든 서번트는 좌전두측두엽과 안와전두피질에 손상을 입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기능이 둔해지면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도록 만드는 부위는 아주 작을것으로 추정된다.

미래에는 TMS탐침이 정밀해져서 서번트와 관련된 부위만 정확하게 둔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혹은 뇌심부자극술(DBS)처럼 훨씬 정확한 전기탐침으로 원하는 부위를 겨냥할 수 있다.

 

(망각을 망각하다 : 사진같은 기억력)

사진같은 기억력은 뇌의 어떤 기능이 뛰어나서 생긴 능력이 아니라, 어떤 기능이 부족해서나타난 결과다. ‘무언가를 망각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기억력이 비정상적으로 좋아진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은 기억을 형성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스크립스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도파민이 기억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기억을 잊게 하기도 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새로운 기억이 형성될 때는 DCA1이라는 수용체가 활성화되고, 기억을 지울때는 DAMB라는 수용체가 활성화 된다.

예전에는 기억력 감퇴가 뇌의 노화에 따른 필연적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 정보를 저장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그와 함께 기억력도 감퇴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무언가를 잊어버리는 것은 뇌의 능동적인 행동이며 이 과정에는 도파민이 깊이 개입되어 있다.

스크립스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이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과실파리의 수용체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면서 행동을 관찰했다. 이들의 짐작대로 DCA1을 억제하면 과실파리의 기억력이 감퇴하고, DAMB를 억제하면 잊어버리는 능력이 감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후 도파민 효과가 서번트의 능력에 부분적으로 기여한다는, 서번트들이 그토록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데에는 잊는 능력의 결핍이 한몫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망각능력을 억제하면 인지력이 좋아질 수 있지 않겠는가.

이 결과가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면 망각과정을 둔화시키는 약이나 신경전달물질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 오바마 정부는 후천성 서번트 증후군 등 여러 정신질환의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브레인 프로젝트를 발족시켰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최신 스캔기술과 나노 탐침을 이용해 사진 같은 기억력과 초인적인 계산능력, 그리고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적 재능과 관련한 뉴런 신경망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내는 것이다.

뇌과학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자기장을 이용해 뇌 속에 숨어있는 잠재력을 일깨우는 것이다.

최신 뇌과학과 유전공학을 이용하면 뇌의 구조를 바꿔서 애초에 없던 능력을 이식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이야기를 실현해줄 최고의 후보는 모든 세포의 원형인 줄기세포이다.

 

(두뇌를 위한 줄기세포)

1998년에 해마의 후각신경구와 미상핵에서 성체줄기세포가 발견되었다. 줄기세포는 분화가능성을 지닌 원시세포로서, 배아줄기세포의 경우 우리몸의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늙거나 죽어가는 세포를 재생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기억력 향상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성체줄기세포에 각별한 관심이 있다. 해마를 이루는 세포는 하루에도 수천 개씩 재생되지만, 대부분은 재생직후 죽어버린다. 그러나 특정 임무에 훈련된 쥐의 경우, 재생된 세포의 상당수가 살아남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반복적인 훈련과 향정신성 약품 투여를 적절히 조합하면 새로 형성된 해마세포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지난 2007년 워싱턴과 일본의 과학자들은 평범한 피부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줄기세포로 변환하는데 성공했다. 이들의 목적은 자연족으로 존재하는 줄기세포나 유전자조작으로 만든 줄기세포를 뇌에 주입하여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죽어가는 뇌세포를 재생하는 것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의 요나스 프리센은 줄기세포와 재생의학은 머지않아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능의 유전학)

줄기세포 외에 지능과 직접 관련된 유전자를 찾는 연구도 진행중이다. 생물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사람의 유전자는 침팬지와 98.5% 똑같다. 나머지 1.5%중에는 사람과 침팬지를 구별하는 유전자가 반드시 존재할 것이다. 침팬지와 인간은 약 6백만년 전에 진화나무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여겨진다. 그 후 진화가 계속되며 DNA의 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었으므로, 게놈에서 변형이 빠르게 일어난 지점을 분석하면 어떤 유전자가 인간의 진화를 주도했는지 알 수 있다. 인간의 게놈에서 변형이 빠르게 일어난 지점을 알아내면 호모 사피엔스를 탄생하게 한 유전자를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캐서린 폴라드 박사는 컴퓨터 계산을 통해 게놈의 201개 영역에서 빠른 변화가 발견되었음을 알아내었다. 인간 유전자 가속변형 제 1영역(human accelerated region 1, HAR1)에 있는 118개의 염기쌍이 진화를 유도한 주인공이었다.

이 염기쌍 중에서 우리가 지금과 같은 인간이 된 후에 변한 것은 단 18개에 불과했다. HAR1은 수억년 동안 단 두 개만 변이를 일으켰으나 600만년 사이에 변이가 18번이나 일어났으므로, 진화의 속도가 엄청 빨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HAR1은 주름이 많은 대뇌피질의 전체적인 형태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유전자 서열에서 HAR1 영역에 결함이 생기면 대뇌 피질의 주름이 부족한 뇌회결손(lissencephaly, smooth brain)상태로 태어나게 된다.

폴라드 박사는 게놈에서 문자18개가 바뀐 것이 인간의 지능을 크게 향상하였으며, 이로부터 유전적 진화의 대부분이 결정되었다고 결론지었다.

폴라드 박사의 목록에는 변화가 빠르게 진행된 영역이 수백 개쯤 더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이미 알려진 FOX2 영역으로, 언어를 비롯한 인간만의 특성이 발현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FOX2 유전자에 결함이 생기면 얼굴 근육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아서 언어를 구사하기가 어려워진다. 또 다른 영역인 HAR2는 손가락의 섬세한 움직임과 관련되어 있어서, 이 부위에 결함이 있는 사람은 복잡한 도구를 다룰 수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서열은 이미 규명됐으므로, 인간과의 관계가 침팬지보다 훨씬 가까운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를 우리 유전자와 직접 비교할 수도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FOX2영역은 우리와 똑같다.

그 외에 ASPM 영역은 두뇌의 기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거라 추정된다. (선천적으로 뇌가 작은 소두증은 ASPM 유전자에 결함이 생겨 나타나는 병이다) 과학자들은 ASPM 유전자를 분석한 끝에, 인간과 침팬지가 진화나무에서 갈라진 후 지난 600만년동안 약 15번의 변이가 일어났음을 알아냈다.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났던 시기와 인류의 지능이 급격하게 향상된 시기가 거의 일치하는 것을 보면, ASPM이 인간의 지능을 좌우했던 것 같다.

이쯤 되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자연스레 떠오를 것이다. “유전자를 조금만 변형하면 지능을 높일수도 있지 않을까?”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HAR1이나 ASPM같은 유전자 영역은 뇌의 비밀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인간의 23,000개의 유전자는 수백억 개의 뉴런과 1000조개에 가까운 연결통로를 제어한다.

 

(원숭이와 유전자, 그리고 천재)

폴라드 박사는 인간의 유전자 중 침팬지와 공유하면서 변이가 일어난 지점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그러나 관점을 조금 바꿔서 침팬지에게는 없고 오직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게놈을 연구할 수도 있다. 201211월 애든버러 대학교의 연구팀은 오직 호모 사피엔스에게만 있는 RIM-941 유전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유전학자들은 이 유전자가 100~600만년 전에 처음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럼 침팬지들에게 이 유전자들을 삽입해준다면 인간처럼 지능이 높아질 수 있을까. 인간처럼 똑똑해지려면 두뇌 이외에 부수적으로 변해야할 부위가 너무 많기에 결코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HAR1ASPM 유전자를 변형시켜 침팬지의 뇌를 더욱 크고 복잡하게 만든다면 다른 유전자도 여기에 영향을 받아 변형될 것이다. 머리가 커지면 그것을 떠받치는 목 근육이, 그리고 몸의 전체적인 구조가 달라져야 한다. 좋아진 머리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손가락의 기능을 강화하는 HAR2 유전자도 달라져야 한다. 또한 침팬지는 걸어갈 때 손과 발을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척추를 바로 세우고 두 발로 걷도록 다른 유전자도 변형되어야 한다. 또한 침팬지가 언어로 의사소통할 수 없으면 머리가 좋아져봐야 소용없으므로 FOX2유전자가 변형되어 사람처럼 말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침팬지가 똑똑해지려면 태아의 머리도 커질 것이므로 암컷의 산도(birth canal)가 지금보다 커져야 한다.

 

(진화의 미래)

지금까지 우리는 기억력과 지능을 높이는 방법을 알아보았다. 방법마다 나름대로 특징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뇌의 효율을 높이고 타고난 용량을 최대화하는 식이다. 약물요법이나 유전자조작, 특수장비를 이용하면 뉴런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

유전자를 조작해 지능을 높이려면 아직 한참 기다려야하긴 한다. 하지만 기술이 실현되더라도 지능에는 한계가 있다. 물리학의 법칙 때문이다.

 

(뇌의 물리학)

우리 눈에 보이는 풍경은 에너지절약 트릭을 이용해 실제 모습에 수정을 가한 결과다. 위기가 닥쳤을 때 세세한 요인들을 일일이 분석한다면,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투입되어 결론을 내리기 전에 큰 화를 입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뇌는 감정이라는 형태로 빠른 결정을 내림으로써 에너지를 절약한다. 기억을 잊는 것도 에너지 절약의 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다음과 같다. 뇌의 용량을 늘이거나 뉴런의 밀도를 증가시키면 더 똑똑해질 것인가?

캐임브리지 대학교의 사이먼 러플린 박사는 이 점에 관하여 외피 회백질에 있는 뉴런들은 축삭돌기와 공동작업을 하는데, 이 시스템은 거의 물리적 한계에 이른 상태라고 했다. 물리학 법칙을 이용해 지능을 높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방법마다 나름대로 문제점이 있다.

- 뇌의 부피를 키우고 뉴런의 길이를 확장하고, 뉴런들 사이의 연결망을 좀 더 복잡하게 만들면 지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단점은 에너지 소모량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에너지를 많이 쓰면 정보처리 과정에서 지금보다 많은 열이 발생하고 결국은 체온이 올라가서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 그리고 뉴런이 지금보다 길어지면 신호전달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려 생각하는 속도가 느려진다.

- 뉴런을 지금보다 가늘게 만들면 동일한 공간에 더 많은 뉴런을 욱여넣을 수 있다. 그러나 뉴런이 가늘어질수록 축삭돌기 안에서 복잡한 화학적, 전기적 반응이 일어나기 어려워지다가 결국은 오작동을 하게 된다. 뉴런이 전기신호를 발생시킬 때 사용하는 단백질(이온채널)은 태생적으로 불안하다. 이것이 모든 한계의 근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앞으로 수십년 후에는 유전자 치료법과 약물요법, 그리고 자기장을 이용한 각종 장치를 적절히 조합해 인간의 지능을 높일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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