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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추얼의 종말』(한병철, 2021) 서평 언제부턴가 가식을 부리는게 싫고 인간관계에서 가면을 쓰는게 힘들어졌습니다. 제 스스로가 편하고자 순간순간의 생각과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온지 몇 년째입니다. 저와 가까운 사람들,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다정하게 대하려고 하지만, 일하며 만나는 사람들이나 한번 보고 마는 사람들에게는 직설적이고 가감없습니다. 어느덧 공손함이 사라졌습니다. 제 스스로에게 충실할 수록 날카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은건 상징, 형식, 축제, 연기(가면), 끝맺음, 고요, 침묵, 죽음, 규칙, 놀이 등 평소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가치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평소 저런 가치들을 잊고 살기도 했고,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진정성 강제 진정성 강.. 2022. 9. 13.
『슬픈 짐승』(모니카 마론) 소감, 발제 슬픈 짐승 모니카 마론 저/김미선 역 | 문학동네 | 2010년 03월 15일 | 원제 : Animal triste ※ 소감 - 슬픈 짐승은 동독 출신 고생물학자인 여성 화자와 서독 출신 개미 연구가 ‘프란츠’가 독일 통일 직후 나누었던 사랑이야기이다. 화자는 본인 인생에 뒤늦게 찾아온 ‘청춘의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순수하고 아름답기만 한 사랑은 아니다. 둘 다 정상적인 가정이 있는 중년이기에 둘의 관계는 불륜이다. 화자는 오히려 서로 중년의 나이에 만났기 때문에 나눌 이야기가 많이 축적되어 있어 좋다고 이야기한다. - 아흔살, 백 살에 가까운 노파가 자기 기억을 더듬어 회고하는 형식으로 소설이 구성되어 있다. 줄거리가 삽화 위주이고 기억이 파편적임에도 당시 화자가 느꼈던 감정과 생각이 굉장히 자세하게.. 2022. 8. 5.
『 타인이라는 가능성 (2022) 』서평, 발제 ※ 소감 - 개인적으로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시점에 책을 읽게돼 재밌었고, 여러 생각과 의문을 갖게 됐다. 대신에 비슷한 내용의 사례가 계속 나열되어있어서 읽는데 피곤함이 있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좋았다. 그리고 나는 참고문헌을 자세히 달아놓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정말 자세히 해놓아서 좋았다. - 책에 고대 로마시절 서로 원수지간이었던 키케로와 클로디우스의 사례가 나온다. 클로디우스가 권력을 쥐고 키케로에게 내린 형벌은 타인에게 물 한잔을 받거나 불을 함께 쬐는 행위 등을 불법화 하는 사회적 배척이었다. 감옥행이나 추방이 아니었다. 하지만 키케로는 이를 견디지못하고 결국 망명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사회적 고립, 그리고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을 수 없다는 건 사람.. 2022. 7. 19.
『숨』(테드 창, 2019) 서평 숨 EXHALATION 테드 창 저/김상훈 역 | 엘리 | 2019년 05월 20일 | 원서 : Exhalation: Stories 📕 소감 1) 소프트웨어 객채의 생애주기 : 가장 재밌었고 여운이 남았던 단편이다. 초반부 가상세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영화 '프리 가이'와 넷플릭스 블랙미러 'uss 칼리스터'편이 머릿 속에 이미지로 그려졌다. 내가 들었던 ai는 엑스레이 사진을 대신 판독해주거나 주식 투자를 대신해주는 것처럼 실질적인 기능을 해야하는데, 소설 속 ai는 사용자의 애완동물로서 역할을 한다. AI가 가상세계의 애완동물이 된다, 그리고 전직 사육사가 기른다는 아이디어는 1도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되게 참신했고, 이야기에 금방 빠져들었다. 중후반부 바이너리 회사의 제의가 들어오며 '디지언트.. 2022. 6.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