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주 전에 친구랑 술먹기로했는데 머리가 너무아파서 술마시면서 타이레놀을 먹은적이 있었다.. 좀 무모할수도있지만 어쨌든 머리가 너무아파서 타이레놀을 빨았다. 그래서 그때 술이랑 타이레놀이랑 같이먹으면 어떻게 되나 되게 궁금했었다. 근데 마침 생화학 공부하다보니까 그 내용이 나와서 적어보려한다.
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
진통제는 크게 해열진통제, 소염진통제, 마약성진통제로 나뉜다.
타이레놀의 주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이 대표적인 해열진통제이다. 해열/진통 작용이 있지만 소염 작용이없다. 아세트아미노펜으로 만든 약약에는 타이레놀, 판콜, 게보린, 테라플루 등이 있다.
소염진통제는 해열/진통/소염 작용을 하고, 이부프로펜이 대표적이다.
마약성 진통제는 신경계에 직접 작용을해서 통증을 억제해주는 물질이다. 신경전달물질 농도를 조절하다보니 전반적인 신체에 이상이 생길수 있고, 중독성이 강하다. 모르핀이 대표적이다.
저 중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을 가장 많이 쓰는 이유는, 효과가 확실한데 부작용도 딱히 없기 때문이다. 이부프로펜은 소염작용이 있지만 위장장애를 유발한다. 그래서 위장약을 같이 먹어야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감기약 처방받을때 진통제랑 위장약이랑 같이 넣어주는 경우도 있는 듯 하다. 하지만 타이레놀도 약간의 부작용이 있는데, 체내에서 간독성을 유발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술+타이레놀
본론으로 돌아와서, 술이랑 타이레놀이랑 같이먹으면 어떻게 될까..
결론을 먼저 말하면
1) 술 먹고난 다음날 머리가 아파서 타이레놀을 먹는 경우
2) 술이랑 타이레놀이랑 같이먹는 경우
중에서 간에 부담이 덜 되는건 2번이라고 한다. 술을 먹기 전후 짧은 시간내에 타이레놀을 먹으면 좋다. 아니면 아얘 술이랑 타이레놀 같이 빨던지 ㅋㅋ; 적어도 생화학 텍스트에 적힌바로는 그러하다..
술(알코올)과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 모두 간에서 대사된다. 그래서 '둘다 같이 먹으면 간에 부담이가니까 몸에 안좋은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있다. 일리있는 말이다.
아세트아미노펜의 대사과정을 보면 조금 답이 나온다. 아세트아미노펜은 체내에서 흡수되고 활성화되서 본래 목적인 진통작용을 하는데 쓰이지만, 위의 그림처럼 NAPQI(그림에서 제일 가운데 물질)라는 독성물질로 변환될 수도 있다. 이 NAPQI라는 물질은 글루타티온(GSH)과 만나면 독성없이 대사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조직에 결합해 세포에 데미지를 준다. 그래서 간세포가 직격으로 손상 될 수 있다. 그래서 타이레놀은 절대 과다섭취하면 안된다. 과다섭취하면 NAPQI가 많이 만들어지니까.
저기서 아세트아미노펜을 NAPQI로 변환하는 물질이 Cytochrome P450 2E1(CYP2E1, 그림에서 제일 왼쪽 첫번째 화살표)인데, 이 물질은 알코올 대사과정에도 사용된다. CYP2E1이 아세트아미노펜과 알코올의 대사과정에 모두 관여하는거다. 하나의 CYP2E1이 아세트아미노펜이나 알코올 둘 중 하나에 사용되니까 둘은 서로 경쟁하게 된다. 즉, 술이랑 타이레놀을 같이 먹으면 아세트아미노펜을 독성물질로 변환하는 CYP2E1이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바빠서 NAPQI라는 독성물질을 덜 만든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시간이 오래 지나면 알코올 해독에 필요한 저 CYP2E1이라는 물질이 더 많이 생긴다. 해독해야될 물질이 많아지니까 더 많이 발현되는 거다. 그런데 CYP2E1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아세트아미노펜을 독성물질로 바꾸는 물질이다.. 술을 해독하기위해서 만든 CYP2E1이 아세트아미노판을 독성물질로 만드는데도 사용되어 버린다. 중요한 점은, 술을 마셨을 때 CYP2E1이 많이 생성되려면 어느정도의 시간이 필요해서 술을 마시기 전이나 술을 마신 직후에는 CYP2E1의 양이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술을 마시기 전이나 술을 마신 직후에 (혹은 술마시는 도중에..) 타이레놀을 먹으면
첫째, 타이레놀의 간 독성도 줄어들고
둘째, 타이레놀의 진통효과도 좋아진다.
대신에 간이 대사해야할 물질이 많아지니까 간에 무리가 갈 순있다. 하지만 어차피 타이레놀도 먹어야되고 술도먹어야된다면 둘의 time difference를 최소화해서 먹으면 오히려 간 손상을 줄일수 있다.
안전빵
제일 안전한 방법은 그냥 타이레놀 대신에 이부프로펜 계열 진통제를 먹는거다.. 간 손상이 덜 되는 점은 있겠지만 위장장애(복통, 속쓰림 등)가 생길 수 있다. 요새는 이부프로펜 계열보다 덱시부프로펜 계열이 효과가 좋다고한다. 덱시부프로펜 계열은 이부프로펜의 두 이성질체 중에서 유효한 한 종류의 이성질체 순도를 높인 약물들이다. 위장장애가 더 적고 약효가 좋다.
덱시부프로펜 계열 : 솔루펜, 이지엔6 (그 외 NSAID계열 소염진통제. 폭센, 탁센 등)
근데 약국이 문닫은 시간이면 저런거 구하기 힘드니까 그냥 편의점에서 타이레놀 사서 먹고, 대신에 술먹고 담날 일어나서 먹기보다는 자기전에 미리 약을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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