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스크랩] 의료에 대한 생각

by 냐냐리냐 2014. 3. 11.

의학의 현재 수준과 의학의 미래 발전 방향을 고려할 때 
의사가 취급하여야 할 의료의 범위에 대하여 기술하라.

인간 사회의 진보와 함께한 의학

인류의 역사는 질병과의 기나긴 생태학적 싸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13-15세기에 대유행했던 페스트를 비롯하여 비교적 최근인 1918년 스페인 독감까지, 전염병의 존재는 인간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가장 큰 위험 요소 중에 하나였다. 특히 페스트의 경우 당시 유럽 인구의 1/3을 사망에 이르게 하여 이후 유럽 사회의 질서에 크게 영향을 주었다. 줄어든 인구로 말미암아 기존의 계급사회가 깨지고, 르네상스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휴머니즘 사상이 등장할 수 있었다. 이후 곧이어 태동한 계몽주의 사조와 산업혁명은 전 인간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이렇듯 인간의 삶에 어쩌면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병(病)이라는 거대한 괴물의 타도는 당대 지식인들의 주요 관심사였다. 병을 퇴치하고 좀 더 안정적인 인간 사회를 구성하기 위하여 선배 의학자들은 밤낮으로 노력하였는데, 그러한 노력의 산물 중 하나는 마취제의 발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항생제 등의 발견으로 급격하게 의학은 발전하게 되고, 20세기 중후반에 이르면 예전에 사람들을 괴롭게 했던 많은 질병들을 적정 수준에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이제 감기 등의 전염병 때문에 더 이상 수백, 수 천만 명이 죽지는 않는다. 미생물과의 경쟁에서 이기거나, 때로 공생하기 위하여 인류가 기울였던 노력들은 어느 정도 결실을 맺는 것처럼 보인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 각종 로봇 수술과 복강경 수술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한 수술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수술들은 단순히 병의 치료뿐 만이 아니라,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도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예전에는 소위 ‘죽을 병’으로 취급되었던 AIDS를 위시한 병들도 합리적인 선에서 조절이 가능하게 되었다. 앞으로 지속될 전 세계적인 의학 연구의 확대는 이러한 흐름을 확산시켜 의학의 발전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산업사회의 명과 암, 그리고 의학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교통·통신 수단의 발달이 일어남에 따라, 전 지구적인 시간·공간의 축소가 일어났다. 이러한 기술 혁명은 21세기를 사는 사람들에게 인터넷을 이용하여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통신을 하는 것을 가능케 하였다. 가히 지구촌이라고 할 만 하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의학의 발전 방향과도 절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메가트렌드는 장차 의사와 환자가 일대일로 마주보지 않고서도 진료를 하는 것, 소위 원격진료를 가능케 할 것이다. 유비쿼터스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이러한 이야기들은 아직 기술적으로 미약하지만, 공상과학 소설에 나올 만한 이야기에서는 벗어난 지 오래다.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됨에 따라, 이러한 방향으로의 발전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인 세포생물학, 유전학적 치료가 활성화 될 것이다. 20-30년이 지나면 환자가 사전에 어떤 병을 앓을 가능성이 있는지를 미리 유전학적 Big Data를 이용하여 예측하고, 이에 따라 병을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향으로의 변화는 인류 사회의 진보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후기-자본주의 사회의 도래에 따른 의학의 발전이 인간 사회에 꼭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부족한 건강보험제도와 복지제도로 인하여 의료불평등이 곳곳에 산재하고 있다. 돈이 많은 사람들은 비싼 병원비를 부담하여 최신 기술이 접목된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비싼 병원비에 혀를 내두르고, 급기야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신자유주의 이념이 우리 사회에도 등장하고 자본주의사회의 발전이 가속화됨에 따라, 이러한 의료불평등이 해결되는 것은 더더욱 요원해졌다. 전 국민적 건강보험제도를 무너뜨리고 의료에 시장경제를 도입하려는 시도와, 의료공공성을 확대하기 위한 다른 노력이 대치를 이루고 있는 것이 마주한 현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 국민적 의료불평등을 최소화하며 의료의 발전을 일으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의료정책을 세우려는 노력이 각기 다른 방향성을 가졌지만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 각 층에서 이러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보장성이 확대되면서도 합리적인 정부재정수입 증가를 통해서 지속가능한 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것으로 예측이 된다. 또한 Big Data 등의 활용을 통해 보다 효율적이고 형평성의 원칙에 걸 맞는 복지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앞서 언급한 기술의 발달과 이러한 측면이 조화를 이루어 국민 건강 수준이 향상되리라는 것을 예측해볼 수 있다. 

의(醫)사? 의(義)사!

이제 환자만 보는 의사의 시대는 지났다. 어떤 의사는 기초연구분야로 진출하여 떠오르는 유전학을 연구할 수도 있을 것이며, 다른 의사는 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삼아 임상 현장에 최신 기술을 도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디 그 뿐 만인가.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보건·복지 정책 분야에도 손을 뻗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을 가난과 의료-빈곤에서 구출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의사가 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의(醫)사는 옳은 일을 하는 의(義)사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환자 개개인의 질병을 단지 조절하거나 치료하는 것을 넘어서서, 정보·통신 기술의 활용과 사회과학적인 지식의 접목을 통하여 보다 많은 사람들의 안녕을 돌볼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 미래의 의사는 자연과학부터 임상을 넘어 사회사업까지, 어디 하나 빠지지 않고 관여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우리가 말하는 의료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소의치병, 중의치인, 대의치국이라는 말이 있다. 소의는 병을 고치고, 중의는 인간을 고치며, 대의는 사회를 고친다는 뜻이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인간사의 모든 일은 결국 어찌보면 의료의 영역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회적인 흐름을 생각하여 보다 나은 의사가 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 싶다.


by 11학번 강민구 선배님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고대의대 성추행사건  (0) 2014.03.14
  (0) 2014.03.11
기러기 아빠 기사 중 공감  (0) 2014.02.14
스폰서  (0) 2014.02.13
[퍼옴] 1920-1970년대 한국 연표 (간략)  (0) 2014.02.05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