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얼 간만에 글쓴다. 내 생각을 기록하거나 참신한 의견을 냈다기 보다는 검색해서 찾은 자료들을 종합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더 많이 했지만, 어찌됬든 각잡고 글한번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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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및 국외 대학들의 교양교육 체제를 바탕으로 본, 우리나라 교양교육 체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
우리 수업의 교과서에 실린 ‘교양교육’에 관한 글은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대학장을 맡고 있는 도정일 문화평론가 겸 교수가 올해 초 한겨례 신문 특별기고란에 쓴 사설이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면, 도정일 교수가 왜 대한민국의 대학 교양교육을 지적하는 글을 썼는지 짐작할 수 있다. 먼저 후마니타스 칼리지에 대해 소개하고, 대한민국과 해외의 대학들이 어떤 교양교육 체제를 갖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우리나라 교양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하버드 대학으로 대표되는 미국식 대학교육 시스템인 ‘학부대학’을 표방하며, 출범한지 3년째 되는 신생 학과이다. 서울대 황수익 명예교수에 따르면, “학부대학이란 흔히 알려져 있듯 일괄적으로 학생을 뽑아서 나중에 다시 전공을 나누는 형식이 아니라 공대·미대·음대를 제외한 인문·사회·자연대를 학부대학으로 통합해 기초교양교육만을 담당하는 형태의 대학을 의미한다.” 현 대부분의 대학에서 기초교양교육을 전담하는 교양학부를 따로 두지 않고, 인문/사회/자연대 등 각 단과대에서 학생들의 교양교육을 전담하도록 체제를 마련해놓았다면, 후마니타스 칼리지는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이 학과는 인문학과 교양강의만을 전문으로 하는 학과로서 하나의 단과대처럼 여러 전공을 두고 다양한 강좌를 운영한다. 교양강좌를 듣는 학생들은 ‘자유교양학’을 전공학위로 딸 수 있는데, 교양에 대해 학사학위를 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학 소개글에 따르면 “후마니타스칼리지는 중핵교과와 시민교육, 글쓰기, 영어, 배분이수, 자유이수 등의 교과를 운영하면서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을 넘나드는 융합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중핵교과는 1학년때 배우는 핵심과목으로, 인문학과 역사에 치중한다. 굳이 후마니타스 칼리지로 입학하지 않더라도, 경희대 신입생 전원은 입학 시 후마니타스칼리지 소속이 되며, 앞서 말한 중핵교과를 반드시 이수해야한다. 이 대학은 강의를 통한 단편적 지식전달보다는 토론식 수업으로 학제적 주제를 다루면서 학생들의 교양교육에 최대한 힘쓰고자 한다. 학제적인 교육주제와 광범위를 다루는 수업 때문에 학생들의 깊이 있는 공부에 의문을 품을 수 있지만, 대학 자체가 교양교육을 중시하며 전념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임은 부정할 수 없다.
미국식 대학교육 시스템 중 상당수는 이미 학부대학을 표방한다. 먼저 신입생 선발과정부터, 대부분의 미국대학은 전공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계열’ 개념인 ‘디비젼’으로 학생들을 모집한다. 신입생 전원이 art&science(문리학) 혹은 engineering 계열로 입학한다. 또한 디비젼 내 학과에서 원하는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타 전공으로 변경하는 것도 쉽다. 하버드 대학의 경우 이미 1980년대부터 이런 시스템이 시행되었는데, 학생들은 ‘하버드 학부대학’에 입학해 광범위한 기초교육을 받는다. 고전·음악·수학·천문학 등 학부대학의 시스템에 따라 학생들은 폭넓은 기초교양학문 교육을 제공받는다. 전문적인 응용학문은 대학원과 전문대학원에서 배운다. 입학 후 전공을 결정하고 또 자유로이 변경가능하다는 것이 국내 대학들의 자유전공학과와 비슷하지만, 자유전공은 교양교육보다는 문과와 이과 간의 전공 교환, 복수 전공, 부전공, 혹은 융합형 전공 등에 무게를 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처럼 교양교육만을 전념하는 대학들도 있다. armherst college, smith college 등의 Liberal arts college가 이에 해당한다. 이 대학들은 대학원이 없어 교수들이 모두 교양교육에 전념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양교육을 제공한다. 학생들도 학부 때 교양 전공 수업을 원하는 대로 들을 수 있다. 스탠포드대학은 liberal arts college는 아니지만 이와 비슷하게 학부과정으로 인문과학대학만을 두고 있으며 전문대학원으로 경영대학원, 법과대학원, 의과대학원 등을 설치해 놓고 있다. 이에 한국교육개발원 이정규 박사는 “점차 대학교육이 보편화되면서 대학원에서 고등교육을 담당하게 되고, 학부에서는 교양·기초학문만을 담당하게 된 것”으로 해석한다.
하버드대학을 비롯한 미국대학들과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경우처럼, 서울대도 2002년 기초교육원을 설립하며 ‘학부대학-전문대학원’체제를 추구하고자 했다. 하버드 대학이 그러하듯, 기초교양은 학부대학에서 쌓고 전문적 지식과 기술은 전문대학원에서 배우자는 취지다. 기초교육원은 10여년 동안 교양교과과정 개발·편성 및 조정, 신입생 세미나·사회봉사 교과목 등의 특별 프로그램 개발 등 기초교육 강화를 위한 여러 긍정적 기능들을 수행했지만 권한과 책임이 분명한 중핵 기관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서울대 김남두 교수는 “기초교육원이 단지 ‘지원시설’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현 기초교육원 부원장 이일하 교수 역시 “일반교양과목처럼 기존 단과대에서 맡고 있는 교양교육 커리큘럼은 기초교육원 차원에서 새로 편성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한다. 기초교육원 소속 강의 교수들은 대학국어, 대학수학, 대학영어, 사고와표현, 중국어, 기초과학을 가르칠 뿐이다. 국내 타 대학의 기초교양교육 기관들도 서울대의 경우와 비슷하다. 연세대의 경우, 국내 최초로 1999년에 기초교양교육 전담기관으로 연세대 학부대학을 설립했지만 연세대 학부대학 홈페이지의 대학 소개 글에 적혀있듯, “기초 교양교육과 대학1학년 교육을 전담하는” 교육기관으로서 기능한다. 다른 대학들도 교양교육은 글쓰기, 국어, 영어 교육 등에 머무르며 1,2 학년때 몇 과목 들으면 만족할 수 있는 졸업이수조건 정도에 그친다.
글을 읽으면서 학부대학인지 아닌지 엄밀하게 따지는 것이 교양교육에 있어 중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서 기초교양교육이 가장 적극적으로 다루어지는 체제가 학부대학임은 해외 타 대학들의 경우들로 미루어보았을 때 옳게 생각되므로, 학부대학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의논하는 것은 대학이 교양교육을 얼마나 중시하는지 살펴보는데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선진국들의 대학이 모두 미국의 학부대학과 비슷한 것은 아니다. 영국의 경우 대학에 교양과목강좌가 없고, 3년제로 운영될 만큼 대학에 대한 인식이 ‘전공을 공부하는 곳’으로 자리잡혀있다. 대부분의 교양교육이 고등학교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대학에서는 각각의 전공을 깊이 공부하면 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동경대학은 학과별 모집, 와세다대학은 문학부, 이공학부 등의 학부제로 모집하는 등 대학별로 다양하게 이뤄진다. 하지만 와세다대학의 학부제모집은 정부의 정책이 아닌 대학의 필요에 의해 이뤄진 점이 우리와 다르다. 결국, 국가별로 그간의 대학교육의 역사, 배경에 따라 대학교육에서 교양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앞선 영국과 일본의 경우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고등교육과정은 토론식 수업을 배제한 체 단정 짓는 공부, 주입식 교육을 유지하는 등의 이유로 영국처럼 고등과정에서 올바른 교양교육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대학평가지표를 기준으로 각 대학의 지원금을 차별하면서 일부 중;하위권 대학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교양교육에 중요한 인문학과, 사학과, 철학과 등을 폐지하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고 있기에, 일본의 경우처럼 대학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기본교양교육이 확대됨을 기대할 순 없다. 즉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교양교육을 대학에서 책임지는 것이 현실적이며, 정부차원의 정책을 통해 각 대학이 학부대학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에서는 교양교육의 상당수를 단과대에 의존하는데, 단과대 교수진은 이미 전공교육에 업무 비중이 많은 상태에서 교양과정까지 맡았기 때문에 교양교육에 소홀히 하게 되었고, 단과대 교무처 역시 전공 행정업무로 인해 전념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각 대학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기초교양교육 전담기관들의 기능과 권한 확대, 단과대 교수들의 인식개선 등의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서울대 박은정 교수는 “특정 분야에 국한된 지식만으로는 더이상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기 어려울 만큼 급변하는 지식정보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안목을 갖춘 인재”라며 “설령 학과제를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교양교육이 축소되는 방향으로 가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김남두 교수는 “아직까지 서울대는 단과대 학과들의 연합체이지 진정한 의미의 종합대학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종합대학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분과 학문 중심의 체제를 벗어나 교양교육에 대한 꾸준한 제도적 지원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국내 최초로 교양교육 전념 대학을 설립하고, 슬라보예 지젝 등 저명한 인문학 인사들을 초청하며 인문학과 교양교육에 힘쓰고자하는 경희대의 시도를 응원하고 기대하는 이유이다.
참고자료
http://www.sn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377
http://chunchu.yonsei.ac.kr/news/articleView.html?idxno=5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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