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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질병

척수손상, 척추손상에 관한 단편적인 글

by 냐냐리냐 2019. 11. 16.

* 학교 수업의 일환으로 재활의학 강의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이를 공유합니다.

 

[1] AIS grade의 변화와 보행기능 회복의 상관관계

강의가 있기 며칠 전, ‘나혼자 산다프로그램에 허지웅 씨가 나왔었습니다. 허지웅 씨는 1년전 혈액암을 선고받았는데, 이후 항암치료를 받으며 완전관해 판정을 받아 방송계에 복귀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난 카테고리 때 혈액학 강의에서 여러 백혈병, 림프종의 예후와 치료에 대해 배웠고, 의학의 발달로 다수의 혈액암이 항암치료와 조혈모세포이식으로 완전관해, 완치까지도 가능하다고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배우면서 일부 혈액암은 완치가 가능하니까 그런 암에 걸린 환자들은 정말 다행이겠구나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었습니다. 하지만 방송을 보며, 치료가 가능함을 인지하더라도 이라는 질병 자체가 가지는 무게감, 환자들에게 가해지는 선고, 치료 도중에 겪는 무기력함과 고됨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굳이 서두에 재활의학과 관련이 없는 내용을 언급하는 이유는 제가 배우는 의학이 절대 가볍게 넘어가서는 안되는 것이고, 실제로 치료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그것을 겪어야하는 환자들은 많은 어려움과 무기력함, 두려움을 경험한다는 것을 상기하기 위함입니다. 척수손상에 대해 강의를 들으며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교수님께서 척수손상에 대해 sensory exam, motor exam, neurological level of injury, completeness(sacral sparing)를 기반으로 한 ASIA impairment scale(AIS)을 알려주셨습니다. 수업 중, 척수손상은 회복이 잘 되지 않지만 B정도 되면 90%의 경우 1년간의 재활치료로 D정도까지 회복가능하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B정도면 neurological level of injury 아래로 운동기능이 없지만, D정도면 운동기능이 남아있고 반 이상의 주요 근육이 grade 3 이상이므로 환자의 상태에 큰 발전이 있게 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교수님께서 보여주신 강원래 씨의 인터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재활치료를 통해 AIS gradeD까지 올라가더라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보행이 가능한지의 여부라고 생각해서, 보행기능이 회복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찾아보았습니다.

 

(1)

제가 찾아본 첫 번째 논문은 외상으로 인해 척수손상을 받은 환자들 273명을 6개월 혹은 1년간 추적관찰 하면서 AIS grade에 어떤 변화가 생겼고 보행이 가능해진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확인하는 전향적 코호트 연구였습니다.(1) 이 논문에서 보행기능은 보조 장치의 사용여부와 관계없이 TUG(timed up and go)시험과 10MWT(10-m walk test)를 수행할 수 있는지를 가지고 따졌고, 분석에서 central cord syndrome, conus medullaris syndrome, cauda equina syndrome 환자들은 제외했습니다. 연구에서는 SCI(spinal cord injury) 환자들이 재활치료를 받았는지의 여부는 고려하지 않고 AIS grade의 변화와 보행기능에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했습니다.

표1 : 급성기 AIS grade 별 만성기 AIS grade와 보행기능 결과 (n=273)

연구 결과, 초기에 grade B였던 환자 37명 중 13명이 grade D로 바뀌었고 그 중 6명만이 보행이 가능했습니다. , B에서 D까지 회복된 사람 중에서도 절반이 안되는 사람만이 보행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43명의 grade C 환자 중, grade D로 바뀐 32명의 환자들은 23명이나 보행기능을 회복했습니다. 재활치료 시 현실적으로 grade E를 목표로 삼기는 어려워서 grade D를 목표로 삼다보니 grade D의 달성여부를 중요시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같은 grade D로 변하더라도 보행이 가능한 사람은 일부였습니다. 표본 수가 적어서 크게 의미를 둘 수는 없지만, grade A, B에서 grade D로 변한 것보다 grade C에서 grade D로 변한 환자들이 좀 더 보행기능을 갖게 되는 것처럼 보입니다.(50% vs 80%)

의사로서 grade B환자를 마주했을 때 grade D로 회복될 가능성은 높지만, 보행기능을 회복할지는 확실치 않다고 설명을 해주어야 한다면, 재활치료의 필요성을 납득시키고 환자분이 노력하도록 만드는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위의 논문은 환자의 나이, 재활치료 여부 등을 따지지 않은 한계가 있습니다.

 

(2)

두 번째 논문은 SCI 환자의 보행기능 회복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다룬 여러 논문들을 리뷰한 조직적 문헌검색 연구(systematic literature search)였습니다.(2) 논문 중 “AIS grade conversion and walking recovery”에 대한 부분을 참조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보행기능은 보행 도구의 사용 유무와 관계없이, 다른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서 걸을 수 있는 능력으로 보았습니다. 이 논문에서도 재활치료의 유무는 따지지 않았고, 첫 번째 논문과 달리 초기의 AIS grade에 따른 보행기능의 관계만 살펴보았습니다.

표2 : AIS와 다른 요인에 따른 기능적 보행의 예측

논문에 따르면 같은 grade B여도 감각기능이 좀 더 남아있을 때 보행기능 회복의 가능성이 더 높았습니다. grade Cgrade B에 비해 보행기능 회복의 가능성이 더 높았고, 특히 50세보다 어릴수록 더 예후가 좋았습니다. 초기에 grade D였던 사람은 거의 100%에 가깝게 보행기능을 회복했습니다.

논문에 따르면 AIS grade와 나이 외에도 DPR(delayed plantar response)의 유무, SSEP(somatosensory evoked potential) 결과, MEP(motor evoked potential)결과, MRI 병변의 유무 등도 보행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습니다. 또한 central cord syndrome을 가진 환자는 보행기능이 회복될 가능성이 40~97%로 논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났고, Brown-Sequard syndrome을 가진 환자는 75%의 보행기능 회복가능성을 보였고, anterior cord syndrome을 가진 환자는 근육기능을 회복할 가능성이 10-20%여서 보행기능회복 가능성은 더 낮았습니다.

 

재활치료를 하면 grade B환자의 90%정도는 grade D로의 변화가 가능하다는 강의내용에서 그럼 보행기능은 대다수 회복되는가?“라는 궁금증을 갖고 조사를 했는데, AIS grade D로의 변화가 보행기능 회복을 보장할 수는 없으며, 오히려 초기 손상정도가 가장 중요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설령 재활치료가 보행기능의 회복을 높은 확률로 보장한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척수손상을 마주하고 재활치료를 받는건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마치 특정 혈액암이 항암치료를 통해 완치가 되더라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결코 가볍지만은 않았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재활치료의 경우 다른 내과적 치료보다도 환자의 노력이 필수이기 때문에 의사의 지도와 독려도 매우 중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척수가 심하게 손상된 사람들 중 상당수가 사고를 당했거나 자살시도 실패로 인한 것이라고 하셨는데, 재활이 가능하다하더라도 불안한 정신과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법한 환자분들을 모시고 치료를 이끄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심지어 재활을 하더라도 정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재활치료의 당위성을 설득하고, 일부라도 회복되도록 치료를 진행하는게 정말 어려울 것 같습니다. 척수손상 환자를 마주하고 재활을 이끄는 분들에 대해 존경을 표합니다.

 

 

* 참고문헌

(1) J J van Middendorp, A J F Hosman, M H Pouw, EM-SCI Study Group & H Van de Meent “ASIA impairment scale conversion in traumatic SCI: is it related with the ability to walk? A descriptive comparison with functional ambulation outcome measures in 273 patients” Spinal Cord volume 47, pages555560(2009)

 

(2) Giorgio Scivoletto,1,2,* Federica Tamburella,1,2 Letizia Laurenza,1 Monica Torre,1 and Marco Molinari1,2 “Who is going to walk? A review of the factors influencing walking recovery after spinal cord injury” Frontiers in Human Neuroscience. 2014; 8: 141.

 

 

 

[2] 데드리프트와 코어운동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헬스를 하고, 보통 코어운동을 생각하면 데드리프트를 떠올립니다. 하지만 데드리프트를 할 때 오히려 허리가 아프다는 사람이 많고, 항상 헬스 숙련자들은 데드리프트 할 때 허리에 무리가 가지않도록 주의해라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강의를 듣기 전에는 '요통과 코어운동'이라는 말이 어색하게 느껴졌고, 어떤 강의를 듣게될까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강의를 듣고보니 재활의학에서 권장하는 코어운동에는 데드리프트가 없었고, 오히려 복근운동이라고만 생각했던 플랭크가 코어운동이었습니다. 물론 코어운동은 등근육 뿐만아니라 복근을 포함하기는 합니다. 그래도 데드리프트에 대한 언급이 하나도 없는게 신기해서 이에 대한 내용을 다루려고 합니다.

 

사실 교수님께서 데드리프트를 코어운동으로 권장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강의 중 답을 주셨습니다. 결국 요통이 생기는 이유는 요추 주변의 신경이 눌리거나 병변이 생겼기 때문일 것이고, 이는 intervertebral diskfacet joint의 병변으로 disk herniation이나 lateral nerve entrapment, spinal stenosis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림 1 : 자세에 따라 L4-L5 사이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력 비교

‘Biomechanical lifting in relation to muscular activity and disk loads’에 따르면 사람의 체중을 지탱하는데 가장 중요한 L4-L5 disk의 압력을 측정한 결과, 서있을 때의 압력을 100이라 했을 때 서서 무언가를 들어올리는 행위 시 220까지 올라갔습니다. 이 행위는 데드리프트 자세랑 동일합니다. , 데드리프트는 등근육을 활성화하는데는 도움을 줄지 몰라도 요추 디스크에는 큰 무리를 줍니다. 디스크에 큰 압력이 가해진다면 우선적으로 디스크 탈출증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고, 혹시라도 요추에 압박골절이 발생한다거나 facet joint의 연골이 손상된다면 위에서 언급한 신경병변이 발생할 것입니다.

더 재밌는 것은 앉아서 등을 구부리는 행위 시 가해지는 압력이 275로 다른 어떤 행위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 자세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주 취하는 자세인데, 앉아서 공부를 한다거나 모니터화면을 들여다보고 일을 할 때 취하는 자세입니다. 괜히 현대인들이 디스크 탈출증이 많이 난다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왜 플랭크가 코어운동이고, 그와 비슷한 자세들의 등척 운동(isometric exercise)들이 요통을 극복하는 재활운동으로 권장되는지 다루어보려고 합니다. 먼저 등근육은 척추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근육과 유연성에 기여하는 근육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는 내근육(internal)이고 후자는 외근육(external)입니다. 다른 논문에 따르면(3) 대근육(global)과 소근육(local)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대근육에는 erector spinae, internal/external abdominal oblique muscle, rectus abdominis, quadratus lumborum, psoas muscle이 있고 유연성에 기여하며, 소근육에는 multifidus, intersegmental muscle 등의 심부근육이 있습니다. 척추의 안정성은 대부분 transverse abdominis, internal oblique muscle의 도움을 받은 심부근육들이 만듭니다. 그리고 논문에 따르면 슬링운동이 요부근력과 균형능력을 개선해 척추 주변의 심부근육을 안정화하는데 기여한다고 합니다. 슬링운동은 플랭크와 동일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와 비슷한 등척 운동으로서 척추안정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요약하자면, 요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선 상태에서도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이는 척추를 지탱하고 안정화하는데 기여하는 심부근육이 약해져있기 때문이고, 척추를 핀 상태에서 이를 강화하는데 좋은 운동은 짐볼운동, 슬링운동, 플랭크를 비롯한 등척운동입니다.

 

 

* 참고문헌

(3) 김재구 (2015). ‘척주건강을 위한 운동의 역할한국엔터테인먼트산업학회논문지, 9(1), 19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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