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저번에 말씀하신대로 내 자존감(자아존중감과 같은 뜻인듯 하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내가 언제 자존감을 느끼는지, 그리고 내가 어떤 장점들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말해달라고 하셨다.
일단 나는 블로그를 몇년 전 부터 하고있는데, 내가 블로그에 정치/사회/시사 이슈 등에 대해 글을 썼을 때 누가 댓글을 달아주거나 인정을 받으면 나 좀 괜찮은 사람이구나 느끼고, 그림도 그려서 다른사람들이 너좀쩐다고 칭찬해줄 때 자존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물론 나는 블로그를 관리하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그림을 그리는것 자체가 즐겁고 그 자체로도 만족감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다. 그 자체로도 자존감을 느낄 수 있지만, 누군가가 알아봐주고 인정해줄 때 그 정도가 더 강한것 같다. 그렇게 말씀드렸더니 의사쌤께서는 조금 부정적인 stance를 취하셨다.
우선 우리는 사람의 state와 trait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지금 내 장점들, 내 trait에 대해서 질문을 받았는데도 내 state를 이야기하고 있으며, 심지어 그 state를 다른사람에게 평가받을 때 만족감을 느낀다면 이는 자존감이 절대적인 양으로 보았을 때 낮은 것이라고 했다. 본인이 상담하시는 의대생들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존감이 높은 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절대적으로는 부족하다.
State는 말 그대로 그사람의 상태를 의미하고 trait은 특성을 의미한다. 가령 anxiety state와 anxiety trait을 비교한다면, anxiety state는 평소엔 잘 지내다가 지금 당장 어떤 상황때문에 (가령 시험기간이라던지) 일시적으로 불안한 것이고, anxiety trait을 가지고 있다면 평소에도 쉽게 불안함을 느끼며 anxiety disorder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trait에 대해서, 항상 내가 그 특성을 보이지는 않더라도 어떤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러한 특성을 보이면 그것이 trait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예를들어 본인 스스로 유머러스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항상 재밋고 웃기진 않더라도 그런 기회가 왔을 때 유머러스하다면 그런 특성을 갖고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제 state와 trait에 대한 설명을 들었으니 내 trait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하셨고, 인간관계에 있어서 내가 생각하는 장점과 일에 관해서 갖고있는 장점에 대해 생각해보고 말씀드렸다. 내가 우물쭈물하니까, 의사쌤께서 단도직입적으로 '학생은 왜 본인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라고 물어보셔서 내가 살아오면서 딱히 나를 엄청 싫어하고 나랑 적대관계에 있는 사람은 없었던 것 같아서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역시나 나는 또 내 state에 대해서 말하고 있고 이를 통해 내 trait을 이야기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는 완벽주의 성향의 사람들이 종종 갖는 생각이라고 하셨다. 완벽주의 성향의 사람들은 항상 본인들의 state를 통해 trait을 바라보기 때문에 조금 휴식기를 갖고있거나 비생산적으로 살고있으면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하며, 남들의 최상의 state를 본인의 최저의 state와 비교하며 우울해하거나 압박감을 느낀다고 하셨다.
그래서 다시 질문을 받았고, 내가 내 생활을 돌이켜봤을때 비교적 다른사람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듣는 편이고,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조금 다른사람들에 대해서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실제로도 조금 그렇다. 가령 누가 지금 고시를 몇년째 하고있다거나 학교공부만 죽돌이처럼 하고있다고 해서 저사람은 어떤어떤 인생을 살아왔을꺼고 지금 감정은 어떨거라던지, 쟤는 멍청한애다/똑똑한애다 같이 생각을 잘 안한다. 그냥 동네에서 백수처럼 지내도 멋진사람일 수 있고, 엄청 돈을 많이 벌면서 살고있어도 못난사람일 수 있고.. 그냥 그 사람과 같이 대화를 하고 같이 뭘 해보지 않으면 딱히 그사람에 대해서 별 생각이 없다. 그리고 나는 호기심이 조금 강한편이라 나랑 다른세계에서 살고있는 사람이면 그사람 분야 얘기듣는 것도 재밌고 어떤 경험을 했는지 얘기듣는게 재밌어서 이런저런얘기 할 수 있고 또 그걸 재밌어 한다. 한번은 친구가 필리핀에 어학연수 떠나느라 썸녀가 아쉽다고 한마디 툭하고 지나가길래 그 얘기가 너무 궁금해서 너 만원주면 그얘기해줄거냐고 내얘기 다해줄테니까 니얘기좀 해달라고 막 조른적도 있다... 지금 돌이켜보니 병신이네; 암튼 나는 그러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그 특성은 의사로서 굉장한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해주셨다.
다음시간에는 내가생각하기에, 나의 어떤 trait들 때문에 내가 무기력감과 우울함을 느꼈고 힘들어했던것 같은지 생각해오라고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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