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과 휴식에 대해 상담선생님과 대화를 했다.
보통 내가 상담실에 들어가서 대화를 시작하면, 한 주 동안 내가 했던 일에 대해서 시간 순으로 쭉 이야기한다. 그러고 나서 내가 무언가를 할 때 어떤 감정과 기분을 느꼈으며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내 생각을 이야기하고 설명을 듣는다.
나는 수요일, 금요일에는 학원에서 일을 하고 목요일에는 학교 수업을 듣고 동아리 활동을 한다. 그래서 토요일부터 화요일 까지 정해진 일이 없어 내 시간이 굉장히 많다. 이번 주에는 주말에 동아리 엠티를 갔다 와서 그나마 나 혼자 있을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보통은 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다. 저번 주에는 그 시간에 게임을 엄청 했었고 이번 주에는 한번 게임을 하지말고 책을 읽어보자 싶어서 책을 읽었다. 이렇게 주어진 일 없이 나에게 시간이 많이 생기면 나는 ‘게임을 한다’ ‘책을 읽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등의 선택지 중에서 내 의사와 기분대로 선택을 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며 그 자체로도 중요하고 의미가 있지만 나는 그러한 상태에 대해서 ‘할 일이 없는 상태’ ‘시간을 허비하는 상태’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는 상태’로서 받아들여서 불안함을 느꼈다. 항상 뭔가 열심히 하지 않으면 불안함을 느끼는 건 완벽주의 성향의 사람들이 가지는 주요 특성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휴식은 일의 부재 상태가 아니라 일과 동등한 가치를 갖는 하나의 상태이고, 행복감을 위해선 그 자체로 매우 중요한데(우리가 일을 통해 만족감을 얻지만, 항상 일만 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
쌤께서 일을 고기, 휴식을 채소에 비유해서 설명을 해주셨다. 사람이 고기만 먹고 살수는 없고, 또 채소만 먹고 살수는 없다. 만약 어떤 사람이 하루 동안 채소만 먹어서 포만감을 채웠다면 고기를 먹지 못했다고 해서 식사를 하지 않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채식은 ‘고기의 부재’가 아니라 ‘야채’를 먹는 것 그 자체이다. 대신에 사람마다 고기와 채소에 대한 선호도는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매 끼니 고기를 꼭 먹어야 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고기를 조금 먹으면 채소를 꼭 먹어야 할 수 도 있다. 어떤 사람은 고기는 일주일에 몇 번만 먹어도 될 수 도 있다. 인생에 있어서 일, 휴식은 항상 존재하며 둘은 근본이 다른 대상이다. 휴식은 일의 부재 상태가 아니다. 휴식을 하는 것은 내 적극적 의사가 반영된 상태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역시 ‘가만히 있기’를 적극적으로 선택한 내 본인의 의지이다. 무력함을 느낄 필요도 불안함을 느낄 필요도 없다. 내 정신 상태, 감정, 기분 등에 의해서 필요에 따라 의사결정을 내리고 선택한 것이다.
나는 지금 휴식시간에 시간을 때우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고독함이나 우울함을 딱히 느끼진 않는다. 불안함을 느끼긴 한다. 지금은 하는 일이 많지 않아서 일을 관리하고 제대로 처리할 수 있기에 휴식을 길게 가져도 감정과 기분의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상태에서 벗어난다면 나는 또 다시 무력감과 우울감을 느끼거나 엄청난 압박감, 불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일이 내 통제를 벗어나고 손에 잡히지 않으면, 휴식을 ‘일의 부재’ 상태로 받아들여 나를 엄청나게 혹사시키거나 완전한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 의사로서 살면서 ‘완벽한 일처리’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새로이 습득해야하는 지식과 업무들이 끊이질 않기에 항상 부족한 상태이다. 당장 본과만 진급해도 그러하다.. 그렇기에 에너지의 재충전으로서, 정신/감정을 환기하는 기회로서 휴식은 매우 중요하다. 어떻게 휴식을 받아들일 것인가 대해서는 숙고해야할 것 같다.
휴식이 많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휴식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휴식에 대한 관점의 문제이다.
읽어보아야할 책
“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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