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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인이라는 가능성 (2022) 』서평, 발제

by 냐냐리냐 2022. 7. 19.

윌 버킹엄 지음, 김하현 옮김

 

※ 소감

- 개인적으로 타인을 어떻게 대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던 시점에 책을 읽게돼 재밌었고, 여러 생각과 의문을 갖게 됐다. 대신에 비슷한 내용의 사례가 계속 나열되어있어서 읽는데 피곤함이 있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좋았다. 그리고 나는 참고문헌을 자세히 달아놓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정말 자세히 해놓아서 좋았다.

 

- 책에 고대 로마시절 서로 원수지간이었던 키케로와 클로디우스의 사례가 나온다. 클로디우스가 권력을 쥐고 키케로에게 내린 형벌은 타인에게 물 한잔을 받거나 불을 함께 쬐는 행위 등을 불법화 하는 사회적 배척이었다. 감옥행이나 추방이 아니었다. 하지만 키케로는 이를 견디지못하고 결국 망명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사회적 고립, 그리고 누군가에게 호의를 받을 수 없다는 건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지 못하게되는 이유가 될 것 같다. 책은 지인보다 타인을 관계의 중심에 두고 여러 사례와 의견, 주장들을 소개한다.

 

- 타인과 교류하려는 욕구의 이유는 무엇일까? 무언가를 얻기 위함인가? 단순히 외로움 때문일까? 책에서는 새로운 사람이 주는 충격, 자극, 그리고 자유롭게 만드는 가능성이 그 원인이 된다고 설명한다.

 

- 타인에게서 무언가를 바랄때는 적극적이여야 한다. 책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 후 심해진 무슬림 혐오 속에서 사회전반에 걸친 오해를 풀고자 매주 낯선 사람을 자기 집에 초대했던 유스라 라피키의 사례를 소개한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원하는게 있다면 직접 나서야 해요. 우리의 모습이 있는 그대로 표현되길 원하면 내가 그렇게 만들어야죠.”

 

- 책에 콜롬비아대학교에서 실시한 흥미로운 연구가 소개되어있다. 여행경험이 우리의 윤리 기준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여러 애너그램 문제를 풀었는데, 그 중 하나는 정답이 없었다. 연구 결과 해외에서 6개월 이상 공부한 사람들은 더 쉽게 부정행위를 했으며, 여행 경험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덜 정직해졌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해외 경험이 사람들의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람들의 도덕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라고 결론지었다.

 

- 개인적으로 모르는 누군가를 만나고 대화를 했는데 그 시간이 의미있었다고 생각이 들면, 아무리 타인이더라도 그 관계가 지속되기를 은연중에 바랐던 것 같다. 쉽게 말해 항상 이방인과 친구가 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과 대화하고 노는게 재밌더라도, 일회성으로 끝나버리면 항상 공허함이 들었다. 저자는 이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만나는 모든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방인이 친구가 되지 않을 때도 환대는 더 깊고 미묘한 변화를 일으킨다. 환대가 가장 크게 탈바꿈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가장 큰 두려움이 실현되지 않은 모든 만남과 모든 출발에서 세계와 그 안의 가능성에 대한 우리의 감각이 확장된다.”

아직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적어도 타인과 교류하는 그 순간 자체에도 충분히 의미가 있음을 받아들여야할 것 같다.

 

- 책 후반부 도시 속 외로움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상당부분 공감이 갔다. 군중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낀다면,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친밀함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한다. 외로움은 타인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고, 타인에 대한 불신은 타인과의 교류를 없애 다시 외로움을 증폭시킨다. 악순환의 고리이다. 게다가 이렇게 발생한 불신은 가까운 사람에게도 그 화살이 향한다고 한다. 본인이 자의로 선택한 외로움이라면 건강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외로움이라면 언젠가는 극복해야 할 문제일 것 같다.

 

- 책에 나오는 여러 의견, 주장, 연구들 중 일부는 2000년대, 2010년대에 이루어졌다. 소개된 여러 사례들은 그보다 한참 전의 이야기들도 많다. 하지만 이미 코로나시대를 지나며 환경이 바뀌었고, 미국만해도 총기사고의 수가 더 늘어나고 있고, 마약 오남용도 늘어나고 있고(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은듯 하다), 흉악사건도 많고 혐오범죄도 많은 혐오의 시대에 살고있는데 타인에 대한 경계심을 풀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정말 내가 살고있는 이 시점의 현실과 타인을 반영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왜냐면 책의 흐름대로라면 우리는 필로제니아를 추구해야하고 제노포비아를 억제해야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 수준의 제노포비아는 나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요즘같은 시대에는 그 수준이 더 높아야 될거 같다. 각자의 기준에 따라 타인을 거른다고 해도 타인이 불순한 의도를 숨기고 가면을 쓰는데 능숙한 사람이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나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 현실감(?)을 위한 첨부사진

1 : 도널드 트럼프 당선 후 심해진 무슬림 혐오 속에서 사회전반에 걸친 오해를 풀고자 매주 혼잡한 교차로에서 낯선 사람을 자기 집에 초대했던 유스라 라피키와 그 아버지의 실제 사례 사진

 

2 : 몇 년 전 한창 난민사태로 유럽이 시끄러웠을 때 그리스는 유독 난민을 잘 받아들여줬다고 함. 해안을 통해 밀항하는 난민을 받아주는 주민들의 사진과 관련 기사





※ 같이 얘기 하고싶은 주제

[1] 책에서도 이야기 했듯 제노포비아와 필로제니아는 공존합니다. 물론 책은 필로제니아를 더 강조하지만요. 각자 가지고 있는 제노포비아와 필로제니아의 비율은 어떻게 되나요? 한 쪽이 더 높다면 왜 그런 것 같으신가요?

- 저는 제노포비아 20% / 필로제니아 80% 정도 되는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제노포비아가 더 높았는데 몇 개월 사이에 바뀐 것 같습니다. 어쩌면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운동(풋살)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바뀐거 같기도 합니다. 타인과 대화하는게 재미있습니다. 

- 코로나시대를 지나며 환경이 바뀌었고, 미국만해도 점점 총기사고의 수가 늘어나고 있고, 마약 오남용도 늘어나고 있고(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고), 흉악사건도 많고 혐오범죄도 많으며 혐오의 시대에 살고있는데 타인에 대한 경계심을 푸는게 좋은 걸까요?

[2] 63pg "언제 어떻게 타인을 신뢰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은 까다로운 기술이다."

86pg "인간의 영역에서도 의례와 장난은 모르는 사람들이 서로를 파악하고 경계를 실험하고 관계를 맺도록 다리를 놓아준다"

각자 타인을 신뢰하는 기준이 있나요?

- 저는 개인적으로 상대가 저를 무시하거나 의심하는 눈빛을 보이지 않으면 대체적으로 신뢰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존중과 배려를 보였을 때 상대도 어느정도의 존중과 배려를 보인다면 신뢰합니다.

- 책에 소개된 스타벅스 총기소지 금지 캠페인은 타인에 대한 신뢰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는데, 결국 소용이 없었습니다. 타인에게 무언가를 바랄 때는 어느정도의 억제력과 부담이 필요한걸까요?

- 책에 주석으로 달린 이탈리아 경찰관 Maglio의 사례 : 자신의 집에 묵은 여성 손님들에게 약물을 먹이고 강간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음. 이런 소식을 접하면 누군가를 믿는게 가능한 일일까 싶습니다. 최근 인하대 사건도 그렇구요..

[3] 전혀 관계가 없고, 몰랐던 사람과 같이 무언가를 하거나 대화한 적이 있나요? 그런 경험이 있으시고 같이 공유하고 싶으시면 좋았던점 아쉬웠던점을 들려주세요

- 당근마켓 동네게시판 오프 이야기 : 제 고민을 정말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취향과 취미를 공유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 제 이야기에 귀기울여준 다른사람들에게 고마우면서도 미안했습니다. 분명 처음만난지 1-2개월은 됬고 여태 3번 만났고 나중에도 만날 것처럼 마무리됐지만 무언가 공허합니다.. 지속되지 않을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일까요.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무언가 공허함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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