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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테드 창, 2019) 서평

by 냐냐리냐 2022. 6. 14.

숨 EXHALATION

테드 창 저/김상훈 역 | 엘리 | 2019년 05월 20일 | 원서 : Exhalation: Stories



 

📕 소감

1) 소프트웨어 객채의 생애주기

: 가장 재밌었고 여운이 남았던 단편이다. 초반부 가상세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영화 '프리 가이'와 넷플릭스 블랙미러  'uss 칼리스터'편이 머릿 속에 이미지로 그려졌다.

 내가 들었던 ai는 엑스레이 사진을 대신 판독해주거나 주식 투자를 대신해주는 것처럼 실질적인 기능을 해야하는데, 소설 속 ai는 사용자의 애완동물로서 역할을 한다. AI가 가상세계의 애완동물이 된다, 그리고 전직 사육사가 기른다는 아이디어는 1도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되게 참신했고, 이야기에 금방 빠져들었다. 

 

 중후반부 바이너리 회사의 제의가 들어오며 '디지언트'들과 고객 간에 육체적 관계가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할때 굉장히 역한 감정이 들었는데, 그건 아마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디지언트들을 애완동물로서만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애나는 잭스를 사육사로서 기르는 동물에서 반려동물로, 후에는 자기 자식으로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부모가 자식 성교육을 앞두고 고민하는 것 처럼 아직 때가 되지않았다며 회사의 제안을 거절했다. 가상세계의 ai가 누군가에게는 소프트웨어 객체가 아니라 소중한 가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역시 나는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 여운이 남았던 부분

247pg

'잭스가 희생을 감내하는 상상을 한다. 쉽지 않은 희생도 있겠지만, 쉬운 희생도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라면 희생은 기꺼운 법이므로.'

 

: 소설 맨 마지막 애나가 잭스의 미래를 상상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바로 직전에 데릭이 본인과 십몇년을 함께해온 마르코를 바이너리에 넘기고 애나의 건강/행복을 바랬던 것이 오버랩되면서 마음 한 켠에 여운이 남는다. 애나가 잭스에게 바라는 것을 사실 데릭이 애나에게 한거니까..





2)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 이 단편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안겨주는 것 같다. 부족 이야기는 별로였지만 라이프로깅/리멤 이야기, 그리고 아빠와 딸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지금처럼 기억이 선별적으로 각자의 인격에 따라, 때로는 왜곡해서 이루어지지 않고 '진실'로만 이루어진다면 인간관계는 어떻게 변할지, 각자의 자아상은 어떻게 변할지 질문을 던진다. 부족 이야기는 '미미(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바)'를 선택하고, 아빠와 딸 이야기는 '보우(정확한 사실)'를 선택한다. 

 

 개인적으로는 아빠가 딸이 대학다니며 심리상담을 받을 때까지 방치하지말고 진작에 관심을 갖고 대화를 하고 오해를 풀었어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설정이 그렇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아빠가 라이프로그를 확인하고 딸에게 미안하다며 찾아가는 부분이 너무 이기적으로 느껴졌고 너무 싫었다. 본인 라이프로그를 일반 대중에게 공개하겠다며 끝나는 소설의 결말부도 싫었다. 끝까지 본인 죄책감만 덜어내려고하고 공정한 사람으로 보이려고하지, 이를 공개함으로서 니콜이 받게될 피해라던지 상처는 생각하지도 않는다.

 마치 기술을 통해 진실을 알게되서 오해를 깨닫고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처럼 소설이 끝나지만, 사실 이 아버지는 변한게 없다고 느껴진다.



* 인상깊었던 부분

279pg

'바로 이 지점부터 진실의 추구는 그 본질적 선함을 잃게된다. 영향을 받는 유일한 인물들이 서로 사적인 관계일때는 곧잘 다른 목적들이 더 중요해지기 마련이고, 그럴 경우 엄밀한 진실 추구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288pg

'이 문제는 부부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다. 온갖 종류의 인간관계가 용서하고 잊는행위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301pg

'기억이란 ... 우리가 애써 선별한 순간들을 조합해 만들어낸 서사이다. ... 그것은 우리의 인격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 우리에게 중요한 것들을 기억하며, 그 결과 구축된 이야기들은 우리의 인격을 형성한다.'

 

329pg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옳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 이야기해볼 주제

 

1. 단편 '숨'을 읽으며 기시감이 느껴지진 않으셨나요? 읽으면서 어떤 생각/개념이 떠오르셨나요?

 

- 저는 산소, 스팀펑크, 엔트로피가 떠올랐습니다. 작가가 저런데서 아이디어를 따와서 살을 붙인 것 같았어요.




2. 단편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주기'에서 각자 '만약에'라는 생각 해보셨나요?

 

- 만약 데릭이 웬디에게 디지언트에 대한 이해를 바라지 않고 진작에 헤어진 뒤에, 애나에게 이성으로서 다가갔다면 애나-데릭은 이어졌을까요?

- 만약 데릭이 마르코를 넘기지 않고 애나가 폴리토프 사에 취직하게 내비뒀다면 잭스와 같은 구세대 디지언트는 새로운 플랫폼으로 넘어갈 수 있었을까요? (약물의 영향이 애나의 의지를 꺾지 않았을까? 폴리트포가 이 문제에 관심을 보였을까?)




3. 단편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 본인이 가지고있는 가장 강렬했던 기억/추억이 소설 속 이야기처럼 왜곡됬던 거라면, 좋게 포장되었던 거라면 진실을 알려고 할 건가요? 그게 그동안 자기의 삶을 부정하는 것이라도?

( 소설 속 주인공은 왜곡된 기억인지 몰랐기 때문에 선택권이 없었지만, 미리 진실을 알기 전 왜곡된 건지 아닌지 알려준다고 가정해 봅시다 )

 

- 저는 소설처럼 누군가 상처받은 사람이 있는 기억이고 그 관계가 소중한 관계라면 알려고 할 것 같고, 마냥 좋았고 행복했던 기억이라면 간직하고 싶을 것 같아요. 

(이것도 사실 저만 좋았던 기억이라면 애매할 수 있겠네요. 둘 중 고른다면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뭔가 서로 왜곡된 기억이 있고 그게 소중한 사람과 관련된거라면 어느 순간에는 대화를 통해서 이미 하나로 좁혀졌을 것 같아요. 그러면 굳이 진실을 알고 싶지 않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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