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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심리/정신과 상담

정신과 상담 계기

by 냐냐리냐 2016. 10. 1.

작년 2학기 말 즈음해서 사는게 너무 재미없고 매사가 지겨웠던 때가 있었다. 학교 공부는 재미도 없는데 학점도 안들어가서 공부를 해야할 필요도 못느끼겠지, 과외는 하고있는데 돈벌려고 하는것만같아서 대충 시간만 때우는거 같지, 짝사랑 1년가까이 하고있었는데 그사람이 나를 그냥 동생으로만 생각하는거 알면서도 아직도 좋아하는 마음이 남아있어서 답답하지, 대학와서 내가 제일 편한 안식처였던 친구 관계도 어떤 친구놈 때문에 깨졌지, 집에오면 어머니랑 나랑 강아지밖에 없어서 적적하지, 동네친구들한테 제일 의지를 많이 하고싶고 위로받고 싶었는데 다들 군대에 가있거나 나랑 멀어진거같지, 친구들은 다들 머 서울대 카이스트에서 각자 할일 잘 하면서 자기길 멋있게 밟아나가는것만같고 나는 재수+유급각이라 졸라게 뒤쳐지는거같아서 자격지심만 들지 등등등.. 아직 예과생이여서 공부 ㅈ도안해도되고 출석만 잘해줘도되는데 그걸 못해서 결국 유급했다.

그냥 내 인생에서 그런 안좋은 감정들이 한번에 다가올 시기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대학교 입학할때까지만해도 힘든일 없고 큰 문제없이 무난무난 편하게 살아오긴 했다. 물론 위에 막 나열해놓은게 정상적인 사람이 보기에는 별거 아닌 일들이고 어느정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법한 것들이라고 생각은 한다.



아무튼 2학기 말의 나한테는 저런 일들이 너무 힘들게 다가왔고 세상만사 모든게 다 지루하고 귀찮았다. 고등학교때까지 정해진 생활을하고 반복적인 루틴으로 지내다가 대학교와서 자유를 얻다보니 제대로 활용을 할줄 몰라 더 혼란했었나 싶기도 하다.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이 진짜 좋고 내일 아무것도 안해도된다는게 행복하지만, 그때엔 내가 무언가 필사적으로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게 없다는 것이 나를 공허하고 우울하게 만들었던것 같다. 남는시간에 취미생활을 하려고 해도, 내가 그 취미에서 어느 수준이상의 실력을 갖추어야 시간을 알차게 쓰는거같고, 내 감정해소/기분전환 보다는 성과 위주로 생각이 계속 들어서 무엇을 하던 재미가 없고 부담스러웠다. 내가 제일 많이 했었던 생각이 뭐냐면, 과외를 하던 동아리 활동을 하던 친구들을 만나던 의무감에 해야하는 것 같았다. 해야하니까 하는거 같았다. 내가 내 시간을 쓸때 내가 하고싶은걸 한다 이런느낌이 아니라, 나는 지금 해야만 하는것들을 하는 중이다라고, 마치 모든 일들을 과제하는 것처럼 생각했다. 근데 내가 또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가, 혼자서는 자발적인 행동의 동기와 의욕이 안생겼다. 내가 진짜 자발적으로 하는거는 핸드폰으로 인터넷방송보고 피시방가서 게임하는거 밖에 없었다. 뭐 아주 가끔 블로그에 글쓰거나.

그렇게 지내다보니 나중에는 친구들 만나는것도 지겹고, 대화를 해도 뻔한 얘기들을 하는것만 같아서 사람 만나는것도 피했다. 솔직히 그것도있다. 내가 지금 상태가 너무 못나다고 생각해서 다른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내 얘기를 하는게 창피하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다른사람얘기만 듣자니 괜히 잘난척들 하는거같아서 혼자 삔또상하고 그랬다. 혼자있을때는 아무생각도 안하니까 죄책감이나 좌절감이 덜한데 사람들을 만나면 이런저런 생각이 들수밖에 없고, 괜히 나혼자 그사람과 나를 비교하게 되서 부정적인 생각이 들고 힘들었나보다. 결국에 나는 예과 2학년 전공 생화학 과목을 출석 미달로 F 받아서 유급하게 됬다.



그래도 유급결정나기 전까지는 본과만 바라보면서 살았고, 본과가면 잘해야지 공부진짜 열심히해야지 하고 종강하자마자 자취방 알아보고 다녔었는데, 유급이라는 걸 듣고나니 넘나 허무하고 무기력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진짜 무기력해져서 집에만 있었다. 12월 말 즈음부터 4월 정도 까지는 계속 그 상태였던거 같다. 이제 유급발표나고 충격받은 이후부터는 친구들 연락도 다 씹고 의대선배동기후배 연락도 다씹고 완전 잠수 상태로 갔다. 내 하루일과가어땠냐면 일단 하루에 10~14시간정도 잤던것 같고 일어나서 핸드폰으로 인터넷방송보고 만화 보고 인터넷커뮤니티 글 읽고 그랬다. 거의 침대에서 생활했고 잘 씼지도 않았다. 약간 어떤느낌이냐면 게임하기도 귀찮고 피곤해서 게임방송을 봤다고 생각하면된다. 실제로 피시방 일주일에 한두번 많아야 세번 이렇게 갔다. 대신에 피시방 가면 미친놈처럼 거기 앉아서 죽치고있었다. 보통 가면 5시간보다 적게한적은 없는거같고 평균적으로 10~12시간, 최고기록은 24시간 이렇게 했다. 앉아가지고 주구장창 롤하면서 롤 한판하고 담배한대 피고 계속 반복했다. 배고프면 피시방라면먹고 이렇게 버티고. 피시방한번가면 그렇게 오래있어버리니까 일단 일상생활이란게 없었고 정해진 생활패턴도 없었다. 피시방 간 다음날 집에 오면 이제 밤새고온거니까 생활패턴또 어긋나서 다시 잠만 퍼자고, 이틀 뒤에 기력 조금나서 다시 히키코모리짓 하고 그랬다. 잠수 초반에는 우울함이 무기력함보다 컸는데, 그 뒤부터는 무기력함이 더 커서 그냥 아무 의욕이 없었다. 피시방가서 게임한것도 롤 티어올려야지 이런게아니고 집에만 죽치고있으니까 뭐라도 하고싶다 게임이나하자 이러고 한거다.

내가 계속 이런상태로 어머니랑 둘이 집에서 지내다보니까, 어머니께서 많이 걱정하셔서 나 몰래 울 학교에다가 학생상담을 신청하셨다. 1월 중순부터 상담을 시작했던것 같다. 학교 교수님과 일시적이고 산발적으로 몇번 보고 마는 그런 시스템은 아니고, 여기 같은학교 졸업하신 정신과 의사선생님과 매주 한번, 많으면 두번씩 만나서 1시간정도 정신분석받고 상담치료 받는 프로그램이다. 상담을 받을때 내가 선생님과 대화는 계속 하고 있었지만, 말하는 것에 자신감도없었고 표정부터 아마 우울했을 것 같다. 그래도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이 어느정도 편해졌고 내 현재상태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됬다. 친구들이나 부모님한테 고민상담받는 거랑은 조금 다른 차원으로 도움이 됬던것 같다. 아얘 느낌이 달랐다. 상담을 받으면서 내가 마음이 조금 누그러들었었는지 2월 중순인가에 집근처에 사시는 막내이모부 연락을 받고 나가서 같이 저녁먹고 술을마셨고, 대학생활하면서 친했던 친구 한명한테 내가 먼저연락해서 만났었다. 이때 거의 처음으로 가족 외의 사람들이랑 밖에서 만났다.

그런데 오랜 기간동안 상담을 받지는 않았다. 상담은 학교까지 가야지 받을수 있는데, 곧 3월이 다가와서 개강을하면 상담을 올때 의대사람들을 마주칠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연락도 다 씹었던 동기나 선배들을 봐야되는게 두렵고 창피했다. 그렇게 다시 집-피시방 생활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친구들이랑 사람들을 다 피했다. 그래도 이때 즈음부터 우울함과 무기력함 중에 우울함은 조금씩 줄어들었던것 같다. 나는 내가 유급을하고서도 정신 못차리고 집에서 폐인처럼 지내고 게임만 하는 생활이 부끄럽고 죄책감이 들었었는데 그런 생각이나 감정들을 의사선생님께서 다스릴 수 있게 도와주신것 같다. 일단 내가 그런생활을 하고 있다는게 전혀 잘못된게 아니라고 자주 얘기해주셨던게 위안이 됬다. 집안 식구들도, 친척분들도 나를 안쓰럽게만 바라보셨어서, 상담을 통한 감정적 해소가 큰 도움이 됬던것 같다.

그리고 3월이 지나고 4월달이 점점 지나면서 4월 말 즈음엔 우울한 감정이 다 사라졌다. 대신에 무기력함은 여전히 많이 있었다. 사람 만나는건 아직까지도 싫었고 게임, 인터넷방송 같은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근데 이때부터는 약간 할게없어서 게임한다 이런느낌이아니고, 아 게임좀 하고싶다 이런 생각으로 게임을 했다. 원래는 롤만했었는데 무슨 워크래프트3 중국서버를 깔아서 래더 백판 넘게했고, 원랜디라는게임 막 공부해가면서 하고 그랬다. 뭐 나한테는 큰 발전이었던거같다.

이제 나 개인적으로는 우울한 감정이 사라져서 삶이 편해지고 마음에 평화는 왔는데, 아직 보이는 모습은 바뀐게 없었고 씹 백수처럼 생활하는건 여전했다. 그래서 어머니께서는 또 걱정되는마음에 동네에있는 대학병원 정신과에 진료예약을 해버렸다.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내 스스로가 굉장히 많이 편해진 상태였어서 어머니 안심시켜드리는 차원에서 가보자 하고 갔다. 여기서는 딱히 심리적으로 변화된점은 없었고, 좀 달랐던건 병원에서 약을 처방해줬다. 식욕이 좀 억제될 수도 있는 약이라던데 아마 세로토닌 분비를 조절하는 약이었던것 같다. 한달정도 약을 먹었는데 나는 오히려 더 힘이 없어지고 무기력해지는거같아서 그 이후로 약을 더 먹지는 않았다. 그 후로 한두달에 한번정도씩 병원 정신과를 갔다.



그렇게 5,6,7 월달 죄책감없이 혼자 시간보내는게 익숙해져서 별 큰 문제없이 생활했던것 같다. 생산적인 일을 하나도 하지않았다는 것만 빼고. 어떤생각까지 들었냐면 오히려 지금 아무도 만날필요없고 연락할필요가없으니 내가 온전히 나한테만 신경쓸수 있어서 좋고 엄청나게 편했다. 아무것도 하는게 없는데 아무도 안만나니까 엄청 편하고 굉장히 좋다고 까지 느꼈다. 그렇게 시간 흘러갔는데 어느순간에서부턴가 친구들도 보고싶고 만나고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그동안 모든 사람들의 연락을 다 씹고 무시했기때문에 미안한 감정이랑 약간의 창피한 감정이 남아있어서, 내가 먼저 섵불리 연락은 못하겠고 앞으로 오는 연락들은 왠만하면 받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게 아마 8월 들어가면서 부터 그랬던것 같다. 어찌보면 이제 복학도 곧 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야되니까, 내 무의식이 그렇게 만든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있다가 친구들한테 연락이 와서 자주 만나게 됬고 그냥 예과생활할때 사람들 만났던 것처럼 그렇게 지냈다. 대신에 나는이제 마음이 굉장히 편해졌고, 남들보다는 나 자신한테 더 집중하게 됬다. 다른사람들과 연락은 하고 지내고 관심은 있지만, 딱히 타인에 대해서 생각하고 의식하는 일은 훨씬 줄어들었다. 그리고 내가 내 여가시간에 인터넷방송을 보던 게임을 하던 잠을 자던, 내 자신의 생활이나 현 상태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창피함을 느끼는 일이 없어졌다. 적어도 의식적으로는 그렇다. 오히려 그런 마인드가 생기고 나니, 내가 좋아하고 재밌어했던 노래부르기, 그림그리기 같이 원래 거의 하지 않았던 것들을 많이 하게됬다. 가령 노래를 부르더라도 내가 좋아해서 하는건데 남들이 비웃던 어떻던 뭔가 크게 개의치않게된것같다. 그렇게 되니까 더 자주하게되고 할때 더 재밌고 행복하다. 내가 이번학기에 목요일 말고는 수업이없는데, 거의 매일 하루의 시작이 동네 코인노래방이다. 하루에 코인노래방 두번정도는 가는것 같다. 저저번주엔가 고려대학교 보컬 중앙동아리에 오디션 보러갔다가 실력이 많이 부족한걸 깨닫게되서 이번주엔가 보컬학원에 등록했다. 개인적으로 버스킹을 해보는것이 내 작은 꿈이라, 나 혼자서는 부르는게 즐거울 수 있어도 어느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아무튼 이렇게 이런저런 작은 꿈 작은 목표를 갖고 생활하고, 당장 내일 일어나서 나를 압박하고 불안하게할 상황이 없다는 점에서 매일매일이 행복하다. 대신에 그런건 있다. 내가 다시 본격적으로 의대공부를 하고 본과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고 불안한 상태에 빠지게 됬을때, 잘 대처할수 있을거라는 확신은 없다. 내가 과연 올해 그리고 작년에 가졌던 긴 우울기 같은 상황에 빠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없다. 그래서 다시 우리 학교 정신과 의사선생님을 찾아뵈서 상담을 받고 있다. 선생님께서도 내 심리와 상황을 잘 이해해 주셔서, 최근에는 그런 압박감을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해서 의논하고 있다. 나는 제대로 된 방어기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내 심리방어적 장치를 정확히 캐치해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치거나, 아니면 좋은 심리방어기제를 익히도록 훈련해야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요즘 내 관심사는 자기 방어이고 슬슬 찾아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계속 상담을 받을 예정이라, 상담을 통해 배운점이나 생각해봐야할 것들은 여기에 정리해서 올리려고 한다. 공개해도되겟다 싶으면 공개글로 가고 아니면 비공개글로 갈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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