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감
개인적으로는 소설 산시로가 뒷내용이 궁금해 흡입력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오히려 주인공의 말이나 태도가 수동적이여서 읽어나가는데 답답했다. 시골에서 상경해 도쿄에서 도시의 삶을 처음 겪는다는걸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대신에 풍경이나 장면묘사를 통해 느껴지는 분위기, 그리고 내용전개가 잔잔했다. 100년도 더 전에 쓰인 소설인데도, 내가 처음 대학교 들어갔을때 아는사람도 없고 낯선 곳에서 적응해나가던 그 시절이 생각나 몇몇 부분에서 공감이 갔고, 여러 장면에서 풋풋함이 느껴져 여운이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국화 인형전 중간에 미네코랑 산시로가 나와서 논밭에 앉아 도란도란 얘기나누며 주변 풍경을 묘사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읽다보면 히로타선생의 말을 빌려서 작가가 하고싶은 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 인상깊었던/공감갔던 구절 (현암사, 2017)
142pg “예전에 생각했던 세 세계 중에서 두번째와 세번째 세계는 바로 이 일단의 그림자로 대표되고 있다. … 그리고 산시로의 머릿속에서는 이 양쪽이 혼연일체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 다만 그 안의 어딘가에 안정되지 못한 구석이 있다. 그것이 불안하다”
- 나도 읽으면서 산시로에게 뭔가 결핍된게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작중화자가 이를 처음 이야기한 부분이다. 뭐가 결핍된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산시로가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도 뭔가 외로워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걸 이야기하는건지 싶다. 따지고보면 그럴만도한게 산시로 말고 네명은 원래부터 다 알고지내던 사람이니까.. (바로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인형전 보러가기 전에 노노미야, 미네코가 나누던 대화내용 때문이라고 말하긴 하지만 결국 둘의 관계가 자기를 불안하게 만든건지?)
155pg 마지막 문단 “ 산시로는 이런경우 대답을 잘 못한다. 순간의 기회가 지나가고 머리가 냉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을 때 과거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하면 좋았을 걸, 하고 후회한다. 그렇다고 이렇게 후회할 것을 예상하고 억지로 임기응변식의 대답을 아주 자연스럽고 자신있게 지걸일 만큼 경박하지는 않다. 그래서 그저 입을 다물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얼간이 같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 산시로의 성격/대인관계술을 보여주는 부분. 읽으면서 답답하고 대화가 뚝뚝 끊기는 느낌을 받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201pg “그 자체가 목적인 행위만큼 솔직한 것은 없고, 솔직한 것만큼 불쾌감을 주지 않는 것도 없으니까 모든 일에 솔직할 수 없는 우리 시대의 까다로운 교육을 받은 자는 모두 비위에 거슬리는 거지”
- 차라리 솔직한게 불쾌감이 덜하다. 나도 동의하는 바
218pg “또 촌티를 내는군그래. 대단한 사람도, 대단치 않은 사람도 그저 사회에 머리를 내민 순서가 다를 뿐이네. 뭐 그 사람들, 박사니 학사니 해봐야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별것 아니네.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도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 좋은 마인드다. 요지로가 쿨한면이 있는게 맘에듬
273pg “그런데도 제2의 미네코는 이 조용함 속에서 점차 제 1의 미네코에게 다가간다. 산시로는 그 두명의 미네코 사이에 초침소리조차 들려오지 않는 조용하고 긴 시간이 들어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 인물 묘사에 대한 표현이 인상적. 제2의 인물이 제 1의 인물에게 다가간다는 표현이 멋있다,
[3] 산시로와 미네코의 감정 / 관계 / 타인에 대한 생각을 보여주는 부분
86pg “여자가 15호실의 위치를 물었을 때 자신이 요시코의 방까지 안내했으면 좋았을텐데, 정말 아쉽다”
- 맨 처음에 한 여인을 기차에서 만나 같이 숙소에서 보낸 사건때도 아쉽다, 이런 표현은 없었는데 작중화자가 ‘정말 아쉽다’라는 감정을 처음 드러낸 부분
136pg “남자와 여자로서 친구라는 의미인가 싶었지만 어쩐지 이상하다. 하지만 산시로는 그 이상 물을 수 없다”
- 노노미야가 선물로 산 리본을 미네코가 차고있던 순간부터 미네코와 노노미야의 관계에 대해 궁금했을 터인데, 직접적으로 둘의 관계에 대해 궁금하다는걸 처음으로 표현한 부분. 그 이상 물을수 없다라는 말은 산시로가 참 답답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게함
154pg “책임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마침 잘된 일이겠지요.”
- 국화인형전에서 미네코가 힘들어하자 밖으로 데려나와 풀숲에 둘이 앉아서 얘기하던 중, 말도없이 나와서 일행이 자기들을 찾는거 아니냐고 산시로가 말하자 미네코가 한 말. 아마 노노미야를 지칭한 것이겠지. 무슨일이 있었을까.
156pg “”그럼 이제 돌아가죠” … 그저 자신이 산시로에게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 체념한 것 같은 차분한 어조였다”
- 미네코가 산시로와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부분인듯
174pg “"무서운 존재지. 나도 알고있네”... ““알지도 못하는주제에.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 요지로가 산시로에게 여자는 참 무서운 존재다라고 하자 이어진 대화. 다른사람이 바라보는 산시로는 저렇다.
189pg “아까 당신 있는데로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하던데요”
- 운동회 중 노노미야가 미네코에게 다가와 무슨 말을 하고 난 뒤, 미네코와 산시로가 따로 있게되자 산시로가 미네코에게 물어본 말. 산시로가 이제 좀 솔직해진거같네. 궁금한거 궁금하다고 물어보고
191pg “... 자신에게는 눈앞의 귀찮은 존재를 좀 더 멀리 옮겨놓은 것 같은 유리한 상황이기도 하다.”
- 산시로가 노노미야를 질투하는걸 인정한다는걸 작중화자가 얘기하는 부분
192pg “산시로가 문득 오늘까지 자신에 대한 미네코의 태도나 말을 하나하나 되새겨보니 이것저것 모두 안 좋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었다”
- 참 옛날 생각나네. 사소한거 하나하나에 의미부여해버리기..
197pg “산시로는 요즘 여자에게 사로잡혀 있다. … 자기를 좋아하고있는건지 무시하고 있는 건지, 무서워해야 하는 건지 얕보아야 하는건지, 그만두어야 하는 건지 계속해야 하는건지, 하는 것에 사로잡혀있다.”
- 자기 혼자 생각이 너무 많은게 아닌가 싶은데 공감이 안되는건 아니다..
198pg “ 따라서 선생을 찾아가면 노노미야와 미네코의 관계가 저절로 명료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 답답해서 속 터질 것같다
237pg “저는 어쩐지 그렇게 하고 싶었어요. 노노미야 씨한테 실례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요.”
- 미술관 안에서 노노미야일행을 마주치자 갑자기 산시로한테 귓속말한 후 상황설명하는 부분
- 중반부 읽다보면 미네코가 산시로랑 놀아준게 노노미야 질투를 유발하려고, 노노미야가 적극적으로 나오게 만들려고 갖고 논건가 싶기도 하네. 또 아닌거 같기도 하고.
248pg “자네 그 여자를 사랑하고 있지?”
252pg “자네 차라리 요시코씨를 아내로 맞이하는게 어떤가?”
- 요지로는 참 직설적이고 솔직함 (사람관계에 있어서) 그래서 좋다
261pg “요지로는 사랑할 만한 못된 장난꾼이다”
- 요지로를 잘 표현해주는 말인거 같다
284pg “ 산시로는 어떻게든 두 사람 사이에 걸쳐진 얇은 막 같은 것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해야 찢어질지 통 알수가 없다. … 산시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것을 바라고 있다. …”
- 이거는 참 어렵긴 함
- 어쩌면 산시로 본인이 이런 상황을 자초한거지 싶다
285pg ““그냥 당신을 만나러 온겁니다”... 그때 산시로의 귀에 미네코의 입에서 새어 나온 희미한 한숨이 들려왔다”
- 뒤에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미네코를 기다리던 남자가 인력거를 타고 온 것도 있고, 결과적으로 말하는 타이밍이 안좋긴 했지만, 그래도 읽는 입장에서는 이제야 좀 후련했다
321pg “스무 살 전후의 동갑 남녀 두 사람을 나란히 놓고 보게. 모든 면에서 여자가 한 수 위 아닌가? 남자는 무시당할 뿐이지.”
- 지금도 어느정도는 있다고 생각하고, 100년 전인데도 뭔가 공감가는게 있어서 재밌긴하다
330pg "내 죄 내가 알고 있사오며 내 잘못 항상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 이말의 의도가 뭘까.. 산시로가 다윗에 해당한다는거야?
[4] 같이 얘기해볼 주제
1) 미네코에게 산시로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 미네코가 산시로와 풀숲에서 나눈 대화 중, 본인은 스트레이 십이며 산시로도 스트레이 십이라고 했는데 무슨 의미였을까
내생각 : 남녀관계를 잘 아는건 아니지만, 이성적인 호감이 0이었다고는 못할거 같다. 어딘가 부족해보이는 산시로가 애처롭다고 생각했고, 산시로가 삶의 방향에 있어 갈피를 못잡는 것 같아보여 동변상련이라 생각해 가까이한거같다. 미네코는 자기 주변에서 노노미야, 히로타 처럼 학자스타일에 유식한 사람들 혹은 요지로같이 자기 에고가 쎈 그런사람들을 보다가 산시로처럼 갈대같고 유약해 보이는 사람을 만나니까 미네코가 좀 더 자기의 연약한 부분을 드러내고 친밀감을 보인게 아닌가 싶음. 돈 30엔을 그냥 빌려주는것도 내 생각엔 동정심같긴함
한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자기보다 연약하고 흔들리는 사람을 보고 동질감 / 동정심이 생겨서 친구 / 챙겨주고 싶은 사람으로 바라본게 아닌지
후반부로 갈수록 미네코가 산시로에게 차가워진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도 맞지만 산시로가 이제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점점 객관화가되면서 이를 자각했기 때문에 소설에서 그렇게 표현된걸수도 있다.
2) “내가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할텐데..” 각자가 생각하는 아쉬움, 후회, 바꾸고픈 것이 있는지?
- 산시로가 이성과 교류가 있을때마다 스스로를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고 드는 생각
- 그게 이성 관계가 됬든, 하는 일과 관련이 있든 ..
- '후회', '과거를 되돌리고 싶은 생각'에 대한 허지웅의 의견 ('살고싶다는 농담', 59pg~)
“그러나 인생은 대개 꼴사납고 남부끄러운 일의 연속이다. 우리는 이별에 특정한 계기가 있었던 것이라 생각하고 그것을 되돌리지 못해 있는 힘껏 자책을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경우 헤어지는건 ‘그냥’헤어지는 거다. 만약에, 를 여러번 곱씹는다고 해서 달라지는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만약에, 라는 말은 슬프다. 이루어질 리 없고 되풀이 될 리 없으며 되돌린다고 해서 잘될 리 없는 것을 모두가 대책없이 붙잡고 있을 수밖에 없어서 만약에, 는 슬픈 것이다. 당신이 <라라랜드>에 무너져 내렸다면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5] 그 외
1) 노악가 (露惡家) (이슬 로 / 악할 악 / 집 가)
노 : 보잘것 없음의 비유 / 나타나다, 드러나다 / 허물어지다, 부서지다
199pg “... 멋진 형식을 벗기면 대개는 노악이 된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지. 형식이 멋져봐야 귀찮기만 하니까 다들 절약해서 본바탕만으로 일을 보고있네. 아주 통쾌하지. 천추난만 하다니까.”
202pg “... 남의 감정을 상하게 하기 위해 일부러 위선을 떠는 거네. 어느 모로 보나 상대에게는 위선으로밖에 보이지 않도록 대하는 거지. 물론 상대는 불쾌한 느낌이 들겠지. 그것으로 본인의 목적은 달성되는거네. 위선을 위선 그대로 통용시키려는 솔직한 점이 노악가의 특색이고, 더군다나 표면상의 언행은 어디까지나 선임에 틀림 없으니까.”
히로타 선생이 얘기한 노악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2) 우키요에(일본어: 浮世絵)
: 17세기에서 20세기 초 일본 에도 시대에 성립한 당대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나 풍경, 풍물 등 그린 풍속화의 형태를 말한다.
- 우키요에 풍경화는 내 스타일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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