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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혼자 군산 여행하기 03 - 월명동 영화타운 / 칵테일, 위스키바 해무

by 냐냐리냐 2022. 8. 2.

※ 이 글은 2편에서 이어집니다

 

나는 lp 바를 좋아하는데, 월명동에 그런 곳이 있다고 해서 저녁 먹고 영화타운 쪽으로 걸어갔다.

 

월명동 골목에서 술 한잔 하기 좋은 가게들을 지나고 나면 영화 타운을 찾을 수 있다.

 

 

 

영화 타운의 입구는 남문, 서문, 북문으로 나뉘어 있는 것 같았다. 전통 시장이라고 보면 되는데, 일부 가게들은 옛날 가게 모습 그대로 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가게가 지은 지 얼마 안 된듯한 선술집이었다. (화장실은 영화타운 내부에 있고, 조금만 돌아다니면 금방 찾을 수 있다)

* 군산 시 공식 블로그 : 군산 영화시장의 새 단장

 

 

 

내가 찾던 가게 이름은 '해무'다. 한 2020년쯤 생긴 걸로 알고 있다. 내부에 칵테일 스테이션이 있고 좌석이 한 9개~10개 정도 있는 작은 바이다. 테이블이 나뉘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들과도 다 같이 둘러앉게 된다. 나는 혼자 온 여행객이었고, 내 왼쪽으로는 4-5명 일행 분들이, 오른쪽으로는 혼자 여행 오신 다른 한 분이 계셨다.

가게는 크지 않지만 자주 찾으시는 분들이 있어서 그런지 예약을 받는다. 전화로 예약을 받기보다 방문 후 자리가 없으면 "자리 나면 연락 주세요"하고 핸드폰 번호를 남겨드리는 식이다. 사장님께서 하나하나 다 기억하시고 자리가 생기면 전화를 주신다.

 

 

 

칵테일과 위스키를 판다. 이 가게의 단골 손님들이나 여행객들은 가게 사장님께 술을 추천받기도 한다. 사장님께서 개인의 취향과 선호 (달달한 정도, 알코올 도수, 좋아하는 술, 주종, 좋아하는 향 등등)를 알아서 잘 파악하신 다음에 술을 추천해 주신다.  하지만 사장님 혼자 운영하시기 때문에 주문하기까지, 그리고 주문 후 술을 받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

 

 

 

'해무'의 술도 정말 맛있고 깔끔하지만, 가장 큰 매력은 음악인 것 같다. 사장님께서 틀어주시는 음악에 정말 취향 저격을 당했다. 약간 R&B, 재즈, 블루스 풍의 음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내가 모르는 음악이 대부분이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것들을 적어보겠다.

wave to earth - seasons

cautious clay

Goldwash - LDR

Tom Misch - I wish

Frank Ocean - Pink + White

이 외에도 정말 많은 노래가 나왔고 나도 그냥 음악 듣느라 한 4시간 넘게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나도 그냥 있기에는 죄송한 마음에 술을 자주 시켜 마셨다.. 내가 마신 술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처음으로 마신 술은 칵테일 ① '쿠바 리브레' 이다. (왼쪽 사진) 솔직히 뭔지 하나도 모르고 그냥 이름에 쿠바가 들어가서 시켰다.. '럼(바카디) + 라임 + 콜라'를 섞은 음료라고 한다. 실제로 마실 때 굉장히 달달했다. 거의 콜라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느껴졌다. 나중에 사장님께서 "계피 향은 태워서 입혀드릴까요 태우지 말까요?"라고 물어보셔서 '잘 모르겠지만 해주세요!'라고 했는데 진짜 중간에 컵 입구를 막고, 계피를 꽂고 위에 불을 붙여서 안에 향을 입혔다. 그래서 처음에 마실 때 계피향이 강했다. 이건 정말 좋았다.

두 번째로는 위스키 ② '와일드 터키'를 마셨다.(오른쪽 사진의 오른쪽 잔) 처음에는 메뉴판에 있는 와일드 터키 8Y를 시켰지만 술이 다 떨어졌다고 하셔서 '와일드 터키 라이'를 마셨던 것 같다. 잘 기억은 안나는데 '그래 이게 위스키지' 이런 맛이었던 것 같다.. ㅋㅋㅋ 정말 나는 술은 잘 모른다.

 

 

 

사실 내가 와일드 터키를 마실 때쯤 사람들 대부분이 사장님께 추천받아서 술을 드셨다. 칵테일, 위스키 중에 뭘 더 좋아하는지, 달콤한 걸 좋아하는지, 도수가 센 걸 좋아하는지, 술이 센지 등등의 질문을 거쳐 사장님 픽이 들어갔다. 아 근데 나는 역시나 반골 기질이 있는 사람인 건지.. 추천은 받고 싶으면서도 그냥 남들이 받는 추천은 참 받기가 싫었다... 계속 눈앞에 있던 DISARONNO 병이 (왼쪽 사진) 참 예쁘게 생겼다(?)는 걸 핑계로 사장님께 저 술을 재료로 한 칵테일을 추천해달라고 부탁드렸다.... 말하고 보니 참 창피하다... 

세 번째로 먹게 된 술은 ③ '갓파더'다. (오른쪽 사진) 살구씨 향이 들어간 디사론노와 위스키(조니워커 블랙라벨)를 섞는다. 그리고 오렌지 조각을 얹는다. 이거 상당히 내 취향이었다. 그렇게 달지도 않고, 적당히 도수도 있고, 향도 좋고. 과일향이 나서 좋았다. 독하면서도 향이 괜찮은 술로 파우스트만 알고 있었는데 내 취향에는 갓파더가 더 좋은 것 같다.

 

 

 

갓파더를 마신 후부터는 조금씩 취기가 올라왔나 보다. 여기서부터는 내가 마신 술 사진이 없다.. 이후 갓파더와 비슷한 술을 추천해달라고 사장님께 부탁드렸다. 그때 주신 술이 ④ '러스티 네일'이다. 술 '드람뷔'에 스카치위스키를 섞는다고 한다. 술맛은 솔직히 기억이 안 난다.. 근데 사장님께서 러스티 네일을 여러 사람들한테 추천해주셨던 건 기억이 난다. 그만큼 위스키와 깔끔한 술 선호하시는 분들이 좋아할 만한 맛인 것 같다.

 

이후에 한 잔 더 했다. 이때도 사장님께 추천을 받았는데... 이번엔 '디사론노'를 재료로 한 다른 칵테일 추천을 부탁드렸다. 이 때 만들어 주신 술이 ⑤ '프렌치 커넥션'이다. 디사론노(아마레토)에 코냑이 들어간다. 어떤 코냑을 쓰셨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이 술도 독하긴 했지만 역시 디사론노 특유의 향 때문에 되게 기분 좋게 마셨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가기 전에.. 진짜 마지막으로 ⑥ 깔루아 밀크 한잔했다. 워낙 흔하고 유명한 술이니 설명은 패스하겠다..

 

 

 

하하하.... 잠깐 술 마신 거 같은데... 6만 원이 나왔었네... 크게 아깝진 않..았다.. 좋은 음악, 좋은 술,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으니.. 6잔 마셨는데 5잔 비용만 낸 이유는 한 잔을 옆 손님 분께서 사주셨기 때문이다.

해무는 새벽 2시에 문 닫는다고 한다. 내가 간 날은 한 11시 넘어서부터 사장님과 친분이 많은 단골손님과 그 일행 5명, 그리고 나, 그리고 어떤 커플 이렇게 세 무리만 있었다. 커플 분들은 따로 노셨고, 사장님과 저 단골손님들이 하는 대화에 어쩌다가 나도 끼게 됐다. 주로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나한테 술을 한 잔 사주신 손님 분께서는 군산 은파호수 옆의 이태리 음식점 '파라디소' 사장님이셨다. 나도 궁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해서 다음날 은파 호수를 둘러보고 음식점에 가기로 했다. 근데 '파라디소'는 군산 내에서 굉장히 핫한 음식점이니 오픈 시간에 맞춰오거나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숙소로 돌아갔다. 다음 글에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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